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으로 종이나 비닐 기판위에 고분자막 증착, 유사항체인 크링글 도메인 고정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정기준 교수와 임성갑 교수 공동연구팀이 종이나 비닐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기판으로 유사 항체인 크링글 도메인을 고정하는 데 성공해 보급형 바이오 센서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고분자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폴리머 케미스트리(Polymer Chemistry)> 7월 7일 자에 후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비싸고 휴대 힘들었던기존의 바이오 센서
바이오 센서는 시료의 생화학적인 성분을 분석하는 도구다. 항체로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의 기존 바이오 센서는 금이나 유리 등 안정성이 높은 기판을 사용한다. 그러나 금이나 유리 등은 비싸고 휴대성이 떨어져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판에 고정되는 항체 또한 대장균으로는 생산할 수 없어서 생산 단가가 비싸다. 따라서 바이오 센서의 보급이 힘들고 구제역과 같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현장에서 즉시진단하기 어렵다. 구제역 같은 경우 농가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서 분석하는 데 2~3일이 걸린다. 따라서 그 사이 바이러스가 퍼져 사태가 악화되고 피해규모가 커진다.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증착법으로 기판 제작해

연구팀은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 Initiated chemical vapour deposition)을 이용해 기판에 고분자 박막을 증착했다.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증착법에서는 고온으로 가열되고 있는 반응기에 고분자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체와 반응을 촉진하는 개시제를 투입해 기체상태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또 반응기 안에는 일정한 온도로 냉각되고 있는 냉각기 위에 종이나 비닐 등의 기판이 올려져 있다. 기체상태의 단위체들은 고분자로 합성되며 냉각되고 있는 기판에 증착된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이용해 종이나 비닐 같은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를 기판으로 바이오 센서를 만들 수 있었고 기존의 센서의 기판 제작 비용이 비싸다는 문제를 극복했다.

▲ a) 비닐과 종이 등의 기판에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을 이용해 고분자 박막을 증착했다.

 

▲ b) 비닐과 c) 종이 위에 생화학 센서를 제작한 후 염료와 결합시켜 색 변화를 확인했다


값 싼 유사항체 이용해 센서 개발
항체는 대장균에서 합성될 수 없어서 기존의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바이오 센서는 제작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 연구팀은 그 점을 극복하기 위해 크링글 도메인이라고 하는 유사항체를 이용했다. 크링글 도메인은 단백질 간의 결합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단백질 구조를 말하는데, 대장균에서 합성될 수 있어 대량생산이 쉽고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70℃의 온도를 견딜 수 있을만큼 안정적이므로 항체를 대체할수 있다. 연구팀은 자외선을 조사해 기판에 증착된 고분자 물질에 포함된 탄소 이중결합과 크링글 도메인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시스테인 단백질에 포함된 황을 결합시켜 바이오 센서를 만들었다. 만들어진 바이오 센서의 크링글 도메인이 항원에 결합한 후 염색하면 바이오 센서의 색이 변해 반응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연구팀은 크링글 도메인을 제외한 다른 특정 종류의 단백질을 결합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금이나 유리처럼 비싼 기판이 아닌 저렴하고 휴대성이 좋은 종이나 비닐을 기판으로 활용했다는 점, 기존 항체보다 제작이 쉽고 안정적인 크링글도메인이라는 유사항체를 사용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후 연구 결과를 이용해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 전염성이 강한 질병 창궐 시 바이오센서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진단이 빠르게 이루어지면 최근 국내에서 발병해 국민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유발했던 구제역처럼 급속한 전파력을 갖는 바이러스성 질병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기준 교수는“ 향후 포스트잇 또는 책자 형태로 바이오센서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축산농가에 보급하면 전수조사가 가능해져 무조건적인 살처분을 막고 샘플링검사로 인한 부정확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