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북쪽 도시 중 하나인 파주에는 조금 특별한 마을이 있다. 예술인이 모여 사는 예술인 마을, ‘헤이리 마을’ 이다. 얼핏 들으면 ‘헤이리’라는 단어가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파주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민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헤이리의 이모저모

헤이리 마을은 자연스레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다. 지난 1997년 파주출판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책마을’을 파주출판도시와 연계하자는 이야기 가나왔다. 그러던중다른예술분야 의 사람들이 마을 조성 참가하면서 예 술인 마을, ‘헤이리 마을’이 생겨났다. 1998년 창립총회 발족을 시작으로 헤이리 마을은 모습을 갖춰갔고, 오늘날까지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북쪽에 있고, 서울과 멀다 보니 헤이리 마을에 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대중교통 으로도쉽게갈수있다. 서울합정역 부근에서 2200번 광역버스를 타면 환승 하지 않고 바로 헤이리 마을에 갈 수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파주출판도시를 거쳐 헤이 리 마을에 도착하는데, 가는 길 옆으로 철책과 북녘 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가까이 있는 마을임이 실감 난다.


자연과 예술의 만남

헤이리 마을은 두 개의 산 사이에 자리 잡았다. 마을 한가운데에 는 갈대 늪지와 실개천이 있어 물이 흐른다.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섯 개의 작은 다리는 저마다 특색을 뽐낸다. 그야말로 ‘자연 속의 예술 마을’이다. 꽉 막힌 도시에서 벗어나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헤이리 마을은 오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도로가 마을 바깥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마을 내의 다양한 장소에 건물이 놓여 있다. 위치에 따라 헤이리 마을을 분류하면 창포마을, 참나무골, 밤나무골, 솔마을, 느티마을, 은행마을, 벚나무골, 더 스텝의 8개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장소에 있는건물에는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이름이 부여되어 지도를 보면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건축물, 헤이리를 빛내다

헤이리 마을에 지어진 건물은 모두 유명 건축가가 만들었다. 산을 깎거나 늪을 메우기 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살려 설계되었다고 한다. 페인트를 쓰지 않고, 지상 3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지어진 건물은 마을 내에서 똑같이 생긴 건물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특성을 잘 드러냈다.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하고 사람들이 작품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그야말로 예술에 최적화된 건물이 마을 전체에 가득하다.

널따란 지역에 지어져서인지 건물은 다닥다닥 붙어있다기보다는 띄엄띄엄 공간을 두고 있다. 넓은 주차장이 갖춰 진 건물이 많고, 건물마다 앞마당이나 뒷마당이 있어 채소를 키우거나 꽃을 기르는 등 거주자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건물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 덩굴에서 시간의 흐름을, 어디에서나 푸른 빛을 마주칠 수 있는 풍경에서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헤이리를 느끼다

현재 헤이리 마을에 입주한 건물을 용도에 따라 분류하면 공연장, 체험 장소, 상업 전시 공간, 카페, 레스토랑, 게스 트 하우스 그리고 전문 강좌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의 건물이 하나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책과 관련된 헤이리 마을의 대표적인 공간이 ‘한길 책박물관’과 북 카페 ‘Foresta’다. 카페에 들어서면 2층짜리 벽 면을 가득 채운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음료를 마시며 한길사에서 출판한 책도 구경하고,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북 카페 뒤에는 ‘한길 책박물관’이 있는데, 시기에 따라 다른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길을 걷다 보면 도예 공방이나 갤러리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필자는 ‘아트 팩토리’라는 갤러리에서 진행되던 이배경의 <바람, WIND> 전시를 관람했다. 커다란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아니었지만, 바람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캔버스를 세로로 잘게 나눈 뒤,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의 모습을 시간에 따라 찍은 사진을 각각 넣어 율동감을 준 작품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헤이리만의 독특함

헤이리 마을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은 ‘ 더 스텝 ’이다 . 헤이리 마을의 북서쪽에 있는 문화 쇼핑 갤러리, 더 스텝은 예술인이 직접 거주 하기도 하고 물건을 팔기도 하는 다용도 장소다. 특이한 모양의 건물은 인사동의 쌈지길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인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표방하는 헤이리 마을에는 즐길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자연과 어우러진 생태 마을이면서도 수준 높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은 찾기 쉽지 않다. 헤이리 마을은 단순히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휴-벨트 프로젝트’처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경기도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인 마을로 경기도 지역의 인재와 일자리를 양성하는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발전하는 헤이리 마을은 연간 1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인 마을로 자리 잡았다.

예술 작품을 만들고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체제가 이렇게 갖추어졌을 때, 그것이 오랜 기간 유지되고 사람이 꾸준히 찾아오게 하려면 ‘콘텐츠’가 풍부해야 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헤이리 예술 마을은 가치가 충분하다. 선선해지는 가을을 맞아 파주 헤이리 마을을 찾아가보자. 예술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