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학과통합 추진, 학생에겐 설득 부족해

이번 학과통합 정책은 학교와 학과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잡음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학과 측은 자신의 의견이 학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반발하고 있다.

학교는 통합되는 소규모 학과의 교수들의 뜻과 상관없이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해양시스템공학전공의 경우, 학과장의 임기가 이번 학기에 끝나 현재 다른 과의 학과장이 임시 겸임하고 있어 사실상 학과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양시스템공학전공 한순흥 교수는 “학과장이 없는 상태에서 학과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라며 윗선의 지시로 강행되는 학과통합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보보호대학원의 경우, 학교는 학과통합에 부정적인 학과장을 해임하고 전산학과 문수복 교수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정책을 추진하려면 학과장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잡음이 계속되면서 학과통합을 찬성하는 교수를 학과장으로 임명해 정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한편, 학과통합의 대상이 되는 소규모 학과의 원우들은 이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거나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교수끼리 언제 학생들에게 말해줄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라며 해양시스템공학전공 학우들에게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보보호대학원은 지난 6월 교무처와 전산학과가 각각 작성한 ‘학부 체제 운영(안)’과 ‘School (컴퓨터 학부) 설립에 대한 전산학과의 의견’ 문서를 원우들이 전달 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교에서 원우들에게 정식으로 통보한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현재 정보보호대학원 원우들은 이 같은 소통의 부재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조직해 자신들의 의견을 학교에 피력하고 있다. 박준상 비대위원장은 “3월에 시작한 논의가 6월이 되어서야 학생들에게 알려진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에게 알려진 이후에도 학교 측은 일방적인 통보만 하는 상태다”라며 학교 측의 강령한 태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비대위는 강성모 총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이 같은 지적과 비판에 대해 박현욱 교무처장은 “대상 학과들과 지난 3월부터 꾸준한 논의를 진행했다”라며 학과와의 논의는 충분하게 이뤄졌음을 밝혔다. 원우들에게 뒤늦게 알려진 사실 또한 “대학원생에게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으므로 학과와 먼저 논의한 후 차차 알리려 했다”라며 “정책에 대한 정보가 잘못 알려진 것 같아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져 서로 오해를 풀어나가고 있다”라고 이번 정책 추진에서 결코 소통의 부재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정보보호대학원 비대위에서 학과 원우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기표자 전원이 학과통합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과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책의 대상인 학과들이 반대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학교는 정책 추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당위성, 옳고 그름을 떠나 학교는 학과와의 활발하고 의미 있는 논의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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