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디자인비엔날레에 다녀왔다.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로 광주 곳곳에서 열리는 디자인비엔날레 중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주제전을 소개한다. 여유가 된다면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에 참여해 ‘즐기는’디자인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68일간의 대장정
지난달 18일, 광주 북구 중외공원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The-Clue 더할 나위 없는’을 주제로 한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다음 달 4일까지 48일 동안 휴일 없이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오전 9시에 개관해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주(住)’, ‘학(學)’, ‘락(樂)’, ‘의(衣)’, ‘식(食)’의 주제전과, ‘살림’, ‘살핌’, ‘어울림’의 프로젝트전, 이들 중간마다 전시된 ‘클루디자인’ 특별전 등을 통해 국ㆍ내외 1951개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해설을 원하는 관람객은 무료 예약제로 운영되는 도슨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기존의 나열식 디자인전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디자인전이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인 ‘싱싱 노래방’과 광주 사직공원 내 팔각정을 리모델링한 상징조형물 조성 특별 프로젝트를 포함해 광주 양림동에 위치한 수피아여자고등학교 내의 수피아홀에서 열리는 ‘클루 브랜드전’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디자인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48개국에서 작가, 영화감독, 문인, 무용가 등 519명(국외 360명)이 참가하며,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프랑스)와 이세이 미야케(일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영국),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독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잊혀가는 것들에 손 내밀기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이 갖는 관념에서 탈피해 기존에 있던 것,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여기에 창의적 발상을 가미해 재미와 의미를 부여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행사 때마다 추진해온 상징조형물 조성 사업은 그동안 국외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설치해 도시 공공디자인을 꾀해왔지만, 올해는 오래된 것, 잊혀가는 것에 눈길을 돌렸다. 과거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쇠락해 가던 사직공원 내 팔각정을 선택해 건축물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주변에 LED 봉을 설치, 자연경관과 빛의 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프로젝트전 중 하나인 ‘어울림'에서는 광주 남구 양림동의 오래된 ‘이장우 가옥’으로 관람객들을 불러들인다. 손때 묻은 아름다움과 새로운 삶의 방식이 어우러진 생활용품, 찬그릇 등의 다채로운 전시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 강연 등으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The Clue-더할 나위 없는
이번 전시는 국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한국적 문화원형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비교 전시라는 방법을 통해 아시아적 가치와 아름다움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은병수 디자인 총감독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서구의 디자인을 보고 사용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이를 세계 무대에 제시할 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한국문화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전시를 통해 국제 디자인 사회에 새로운 디자인의 실마리(Clue)를 던진다. 이 실마리는 디자인 콘텐츠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디자인비엔날레 주제를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이라고 잡았다”라며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를 소개했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 삶의 기본을 보여주는 5개의 주제전이 기획 되었고, 환경을 생각하고 기존의 것을 되살리며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프로젝트전 ‘살림’과 ‘살핌’에 담겨있다. 거리전인 ‘어울림’에서는 과거와 현재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인간 삶에 녹아들어 있는 모든 것이 전시 대상이다.

산업과 디자인의 만남
이번 행사에서는 일반적인 전시의 획일성을 탈피했다. 지금까지 ‘음식’과 ‘소리’를 주제로 한 전시와 행사들은 많았지만, 이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주제전으로 끌어들여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문화와 예술, 디자인과 산업을 아우르기 위해 비즈니스 큐레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비즈니스 큐레이터를 선임해 비엔날레 전시 콘텐츠를 반영한 비즈니스 기획을 통해 산업과 디자인을 연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일반 관객과 기업인은 제품을 구매하고 디자인 상담을 할 수 있다. 은 총감독은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문화와 예술, 디자인과 산업이 별개가 아닌,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을 지닌다”라고 이 시스템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생활로서 즐기는 디자인
은 총감독은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관람객이 디자인을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로서 즐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장에 줄지어 서서 떠밀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관람하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다섯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주제 전을 돌아보며 그가 말하는 생활로서 즐기는 전시를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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