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티테크의 창업자이자 영화 <겨울냄새>의 감독이 되기까지

배달음식 광고를 보면 직영점의 번호가 아니라 대표번호가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외식업체와 소비자 사이를 중계하는 플랫폼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화성 동문은 이 분야에서 11년째 시장점유율 92%를 유지한 기업 씨엔티테크를 창업한 기업가다. 한편, 전화성 동문은 사회적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고 그 수익금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기업가이자 영화감독인 전화성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화성 동문 /ⓒ 김성배 기자
 
기업가 출신 영화감독
 
학창시절에 인문학, 특히 영화를 좋아했어요. 영화 시나리오나 콘텐츠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틈틈이 영화공부를 했어요. 2011년 3월에는 저의 첫 작품인 <29살>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어요. 그런데 제 작품을 본 스키 전문가들이 찾아와 스키 분야에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전해줬어요. 그래서 만들게된 영화가 <겨울냄새>에요. 공교롭게도 전에 찍은 <29살>이 2011년 3월에 개봉했고, <겨울냄새>는 그해 8월에 개봉을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세간에서는 제가 기업하다가 영화에 미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겨울냄새>를 마지막으로 영화를 그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봉사활동을 하던 YWCA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이 다문화가정 90주년을 맞아 사회 이면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찍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저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영화를 찍게 되었어요. 개봉 전날에는 YWCA 5천 명 관중 앞에서 사무총장이 10년 후면 다문화가정 100주년인데 다문화가정이나 탈북여성에 대한 영화를 1년에 1편씩 영화로 만들어 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어요. 제가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해서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꾼 기업인의 꿈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업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산학을 전공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인데, 전부 전산과 관련이 있는 분들이시죠. 그래서 막무가내로 기업을 차리려면 전산학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창업 그리고 실패
 
석사 2년 차에 접어들 때 당시 과학기술부가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할 기회를 주었어요. 그때연구하고 있던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ARS 서비스 관련기업 SL2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죠. 당시 벤처 붐으로 많은 20대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이들 가운데 자신이 세운 벤처회사에서 일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병역특례를 받은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그러자 병무청에서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청년 창업자들이 입대해야만 했어요. 회사에서는 대주주들이 저의 병역 이행으로 인한 공백기를 문제삼아 대표직에서 사임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저의 회사에서 해임당했습니다.
 
병원에서 탄생한 씨엔티테크
 
해임 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병실에서 TV를 보는데 피자 광고가 나왔어요. “저희 피자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까지 피자가 없습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피자를 만듭니다”라며 끝나는 광고였죠. 저는 광고에 배들 음식이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아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개선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대표번호를 설정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실제로 대표번호를 설정하니 고객사에게 2억 원 정도의 부가가치가 생겼고, 주문건당 수수료를 받는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어요. 이것이 지금의 씨엔티테크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 지금은 65개 브랜드에 3만 개 매장의 주문을 중개하는일을 하고 있어요.
 
 
실패도 경험이다
 
제가 씨엔티테크에서 성공을 거둘수 있었던 이유는 SL2 운영을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때 상도라는 소설을 읽고 상즉인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사업이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SL2에서는 사람을 얻지 못했지만, 씨엔티테크에서는 상즉인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업인으로서, 영화감독으로서
 
네이버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기업인, 영화감독으로 나오는데 사실 저는 인생의 대부분을 기업인으로 보냈어요. 사업은 평생 해야 할 일이기때문에 플랫폼을 확장, 글로벌화 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짧게는 5년내에 1000억 매출을 돌파하고, 길게는 제가 경영하는 동안에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그렇지만,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비추면서 사회에 환원하고자 영화감독 일을하고 있어요. 실제로 영화를 통한 수익금은 전부 기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틈틈이 사회 이면의 사람들을 비추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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