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우리 학교에 몸담은 지도, 카이스트신문의 기자가 된 지도 길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짧지는 않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벌써 2014년 봄학기의 마지막 신문 발행을 앞두고, 블라인드 사이로 여명이 밝아 오는 제작편집실에서의 마지막 새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봄, 카이스트신문사에 수습기자로 지원하며 처음 신문사의 문을 두드리던 때가 기억납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고민도 많았습니다.
 
저는 기사란 무엇인지, 기자란 무엇인지를 글로 배웠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많이 해 보지도 않았고, 학우들을 많이 만나 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기자들처럼 '발로 뛰는' 기자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것이 가끔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마감을 끝내고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나면 기자라는 것이 제게 너무 과분한 것은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그런 저를 기자로 만들어 주신 것은 바로 카이스트신문을 읽어 주는 우리 학교의 사천 학우들이었습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단체 채팅방에서 학우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할 때, 그리고 길을가다 만난 지인들에게 카이스트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 하나하나가 제게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런 기억들이 쌓이고 글로만 배웠던 것들이 조용히 일어나 제게 다가왔을 때, 저는 비로소 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독자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바야흐로 또 여름입니다. 조용하기만 한 캠퍼스에 벌써 세 번째 녹음이 돌아왔습니다. 캠퍼스는 정말로 조용합니다. 가끔 아는 사람이 "학교가 왜 이렇게 조용해?" 하고 묻기까지 하더군요. 어색하게 웃어 넘겼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상했습니다. 이 좁은 캠퍼스에 만여 명이 모였는데 어떻게 조용할 수가 있을까요.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그늘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기자로서 그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미술 작품, 전시회,영화, 그리고 우리 학교의 훌륭한 연구를 다채롭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학생 기자를 기자로 봐 주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기사가 나오지 않아 유난히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조용한 캠퍼스를 건전한 담론과 오색 빛깔 재잘거림으로 가득 채워나가고 싶다는 작은 바람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이제 저는 카이스트신문 기자에서 독자로 돌아갑니다. 신문을 신문으로 만드는것, 기자를 기자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신문을 읽고 있는 여러분입니다. 저도 기꺼이 그 대열에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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