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학교 내외에서 안타 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때 문에 석림태울제는 가을 학기로 미뤄졌고, 지난달 28일 심신의 안정과 휴식을 찾을 수 있는 대 안 축제가 열렸다. ‘쉼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즐겁고 신나는 활동보다는 추억 을 되살리고 주변 사람들의 소 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 9시]“많은 학우들이 휴식을 즐겼으면 해요”

창의학습관 앞길과 1층 로비가 북적인다. 학우들의 휴식을 위해 달 디 단 아침잠도 포기한 채 뛰어다니 는 행사준비위원회 상상효과 국원들 이다. 이른 시간부터 창의관 앞길에 세워진 여러 개의 하얀 천막이 눈길 을 끈다. 그 중‘ 초등학교 앞 문방구’ 라는 안내판이 놓인 천막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슬러시와 솜사탕을 만드 는 기계를 설치하고 탁자에 추억의 불량식품을 정렬하는 국원들로 가득 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으니 잠시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추억에 잠긴다. 상상효과 위원장 이연건 학우(기계공학과 12) 는 학우들이 축제를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말했다.

“학우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 양한 행사가 마련되었으니 많은 분께 서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후 12시]마음의 안정을 찾는 양초 만들기

언제나 오가던 창의학습관 앞길 전경이 새롭다. 천막들이 쳐진 채 달 콤한 솜사탕 냄새가 풍겨오고 여기저 기서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에 집중하 고 있다. 창의관 앞길에 있던 한 부스 에서는‘ 양초 만들기’ 행사가 한창이 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선택해 향기가 나는 양초를 만드는 이번 행 사는 여학우뿐만 아니라 남학우에게 도 인기가 높다. ‘양초 만들기’ 부스 에서 학우들이 양초 만드는 것을 도 와주다 천막에서 쉬고 있던 상상효과 국원 위영선 학우(무학과 14)를 만날 수 있었다.

“요즘 안 좋은 일들이 우리 학교 내외에 일어나면서 봄 축제도 연기되 고 학교 분위기도 가라앉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이벤트를 준 비했어요”

 

▲ 창의관 로비에서 한 학우가 기원나무에 쪽지를 매달고 있다/김성배 기자

[오후 2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했어요”

‘잃어버린 멘탈을 찾아줘!’ 부스에 는 창의관 안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 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학우들이 열심히 퀴즈를 풀고 있었다. 뽑기, 탑 블레이드 등 추억의 놀이를 즐길 수 있고, 불량식품을 경품으로 나눠주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 부스 역시 분 주하다. 이곳에서 만난 한다빈 학우 (무학과 14)는 “괜찮은 행사라고 생 각하는데 창의관에 한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축제 분위기는 나지 않는 것 같아요”라며 축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슬러시를 맛있게 먹 고 있는 한 학우의 모습을 보니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하다.

 

[오후 5시] 소중한 주변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전화 부스’

창의관 로비에서는 오랫동안 연락 하지 않은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자 신의 마음을 전하는 ‘마지막 통화는 언제였나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 다. 전화 부스 앞에서 쭈뼛거리며 망 설이고 있는 남석현 학우(무학과 14) 를 발견했다.

“저는 평소에 친구들한테 자주 전 화하는데, 전화 부스에서도 전화해볼 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전화 통화를 마치고 부스를 나온 남학우는 밝은 표정이다. 주변 사람 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한 통화는 평소와는 색달랐을 것이다.

 

[오후 6시]“ 공강이 주어진다면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창의관 입구 바로 앞에는 쪽지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당신에게 하루의 공강이 주어진다면’이라는 행사로, 학우들은 하루의 공강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지를 쪽지에 적은 후 기원 나무에 매달며 심신의 휴식과 공강을 기원했다. 슬프게도, 기원나무에 매 달린 쪽지에는 대부분‘ 자고 싶다’와 ‘집에 가고 싶다’라고 적혀있었다. 이 부스의 스태프를 맡고 있던 상상 효과 김형빈 학우(생명과학과 13)는 “학우들이 평소에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잔디광장에서 학우들이 캠핑 분위기를 즐기고있다/권용휘 기자

[오후 7시] 야영장으로 변신한 잔디광장

중앙도서관 앞 잔디밭에는 30여 개의 텐트가 늘어서고,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한 돗자리가 펼쳐졌다. 바쁘 게 오가기만 했던 잔디밭이 캠퍼스 속 작은 야영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오는 학우 들의 표정에는 기대가 묻어났다. 그릴에 불이 들어오고, 학우들은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불이 너무 활 활 타올라 어쩔 줄 몰라하는 학우의 모습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쉼표’라는 축제의 테마답게 분위기는 산만하다기보다 한적하다. 어느새 나타난 캠퍼스 폴리스가 야영장 주변 순찰을 다니고 있다다. 불을 다루는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내린 안전팀의 조치라고 한다. 캠퍼스 폴리스와 안전팀의 노심초사를 아 는지 모르는지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학우들은 즐겁기만 하다.

 

[오후 10시]“별이 잘 안보여서 안타까워요”

밤 10시가 넘자 학우들이 하나둘 씩 창의관 옥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옥상에서는 조명에서 그림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느 ‘그림자놀이’, 천체관측, 스태프에게 소망을 말하면 이루어주는 ‘소원을 이루어드려요’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하지 만 구름 때문에 하늘은 흐렸고, 천체 망원경은 겨우 하나만 세워져 있었 다. 진행을 맡은 천체관측 동아리 ‘별바라기’의 최성민 학우(무학과 14)는 “구름 때문에 하늘이 흐려서 지표 가까이 있는 별들이 보이지 않아요”라며 오늘 행사의 아쉬움을 표했다.

 

[오후 11시] 불켜진 교양분관,“행사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요”

한편, 모든 학우가 ‘쉼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잔디밭에서 즐겁게 휴 식을 취하는 학우들과는 달리 교양분 관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축제 를 즐기지 못하고 바쁜 학교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교분에서 과 제를 하던 이준영 학우(무학과 14)는 “과제가 너무 많아 행사를 즐기지 못 하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라며 한숨 을 쉬었다. 축제가 열리는지 전혀 몰 랐던 외국인 학우도 만나볼 수 있었 다. 외국인 학우는 대안행사의 정보 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대안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평소에는 행사 소식이 메 일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번에는 받은 것이 전혀 없어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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