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총학생회가 올해 내로 외국인 학우를 상대로 학생회비를 받을 예정이다. 외국인 학우를 학생 사회에 포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익명의 외국인 학우는 “한국인과 외국인 학우 사이에 언어라는 가장 큰 장벽이 있다”라며 외국인 학우를 제대로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우들은 미숙한 한국어 때문에 교내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로부터 한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우는 작년 기준으로 총 163명이며, 이는 전체 재학생의 약 4.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어학연수생과 교환학생 등까지 합하면 총 234명, 전체 재학생의 약 6.03%가 대한민국 국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중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을 취득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학교 강의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외국인 학우들에게 높은 한국어 수준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외국인 학우들의 한국어 수준은 TOPIK 2급 이상이다. TOPIK 2급은 한국어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으며, 공식적 상황과 비공식적 상황에서 언어를 구분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교육부에서는 국내 대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에게 3급 이상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TOPIK 3급은 한국어로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문어와 구어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TOPIK 2급으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졸업 시에는 4급 이상을 받도록 권장한다.

다른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 학우의 높은 한국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외국인 신입생을 대상으로 필요에 따라 입학 전에 한국어능력시험을 일괄적으로 실시하며 이 시험에서 3급 이상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지원 시 TOPIK 성적표 제출을 권장하며, 5급 이상을 취득하면 재학 중 한국어 이수 요건을 면제해준다. TOPIK 성적이 3급 이하면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게 되어있다. 성균관
대학교는 처음부터 외국인 학생의 지원 자격으로 TOPIK 3급 이상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 학교는 재학 중인 외국인 학우를 대상으로 비교적 빈약한 한국어 교육 정책을 펴는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학우들은 ‘초급한국어I’과 ‘초급한국어 II’만을 필수 과목으로 이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들 과목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어를 더 공부하고자 하는
학우도 ‘중급한국어 I’과 ‘고급한국어’ 과목으로도 한국어 실력을 크게 키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에서 지정한 최소 TOPIK 등급조차 요구하지 않고, 충분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외국인 학우는 “버스나 기차를 탈 때,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해당하는 표를 사는 것이 어렵고 환급도 마찬가지다”라고 한국어를 못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외국인 학우들을 대상으로 더 나은 한국어 수준을 요구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다른 익명의 외국인 학우는 “차라리 학교에서 처음부터 높은 한국어 수준을 요구했으면 문제없었을 것이다”라며 학교에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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