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학기에 시작했던 1차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끝나고, 학교에 머물렀던 작가들이 모두 학교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지난달 21일부터 2차 아티스트 레지던시 작가인 김경주 드라마 작가, 정신규 드라마 작가, 최삡뺩 웹툰 작가가 우리 학교에 입주했다. ‘KAIST의 동문’이 되고 싶다는 세 작가를 만나 보았다.

 

KAIST 아티스트 레지던시,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저는 KAIST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어요. 작가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관련된 사람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해요. 이 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투명 인간’이 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취재한다고 알리고 방문하면 미리 준비되어 있는 모습만 얻어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공고를 보고, KAIST 속으로 들어가 투명인간이 되어 생생한 현장을 취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사실 전 초등학생 때부터 이과를 동경했기에 과학을 배우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예술고등학교에 다녀서 고등학생 때 과학을 배우지 못했죠. KAIST에 오면 직접 이공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이에 관련된 개그만화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원래 1차 모집할 때부터 여기에 오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웹툰 연재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있어서 지원을 못했었어요.

저는 KAIST와 인연이 많아요. 제 모교는 KAIST와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랍니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에 KAIST에 와 공연을 하기도 했었어요. 과학기술대학원에 와 있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서 KAIST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고, KAIST 대학원에 다닐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공모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죠. 한 마디 덧붙이자면, 지금 기획하고 있는 SF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답니다.

 

세 작가는 ‘과학’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과학은, 어렵죠. 그래서 과학을 하는 사람은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해요. 왜냐하면 과학자와 예술가는 결국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실을 탐구하는 부분이라든지, 자기 안의 세계를 쫒고자 하는 열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 둘은 본질적으로는 닮아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과학과 예술은 서로 융합 할 수 있고,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과학은 일단 현실적이에요. 정확한 인과관계가 있잖아요? 저는 작품을 만들 때, 현실의 무언가와 가상의 무언가를 섞어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작품을 오로지 상상력으로만 만들면 작품에 설득력이 없어요. 그 곳에 과학이 설득력을 만들어주지요. 그리고 만화를 그리려면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과학은 인체나 사람의 심리 등을 표현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저는 과학에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이 제가 과학을 좋아하는 이유지요.

저는 최 작가와는 반대로 이과를나오기는 했지만, 이과 공부가 싫었어요. 작가는 시나리오와 관련된 부분은 대충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박식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지식들 중에서 과학이 가장 결여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김 작가는 예술 활동을 할 때 과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나요?
예전에 수사물을 각색했던 적이 있는데, 과학적 논리가 부족해서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또,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은 실질적으로 예술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 시트콤 시나리오를 쓸 때조차도요. 시트콤은 그저 웃긴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35분 안에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분 단위로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써야 해요. 이 때 처음 몇 분은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표현을 넣는 것과 같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법들이 쓰여요. 그래서 요즘 과학이 여러 군데에서 많이 쓰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KAIST의 첫 인상은?
캠퍼스가 참 자연친화적인 것 같아요. 거위도 있고, 흔히 ‘팅커벨’이라고 부르는 큰 나방도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벌레가 많아지는 여름이 좀 걱정이에요.(웃음)
정 저는 KAIST가 매우 친숙한 기분이 들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예술과 과학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예술학교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어요.

전에 한 번 KAIST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를 본 적이 있어요. 예상과는 달리 KAIST 학생들은 글을 재치있고, 신랄하게 쓰더라고요. 마치 외부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또 그러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요. 보통 과학도들이라고 하면 외부에 무심하고 개인주의자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 와서 직접 본 KAIST 학생들의 모습은 결속력이 강하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과학도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 역시 KAIST’라고 생각한 일화가 있는데요,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한 여학생에게 길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여학생이 ‘저기 저 건물에서 오른쪽으로 30도를 꺾으시면 북서쪽으로 약 40m 떨어진 어떤 건물이 보이는데요…’하고 굉장히 특이하게 설명을 하는 거예요. 참 신기했어요.
김 저도 길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한 학생에게 강의실이 어디냐고 묻자 저쪽이라고 가르쳐주었어요. 조금 뒤에 그 학생이 뛰어오더니, “그쪽이 아니라 반대쪽이었어요!”라고 하면서 다시 가르쳐주었어요. 학생들이 참 친절한 것 같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보름정도 살펴본 결과, KAIST 학생들이 세련되지 않고 순박하더라고요. 오래 있다 보면, 또 깊게 사귀다 보면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지금은 KAIST 학생들이 편하고,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져요.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작가로서 요즘은 어떤 일상을 지내고 있나요?
이 곳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어서 생활을 말하기에는 좀 일러요. 학생들을 만나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요. 사실 저희 모두는 지금 KAIST에 적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김 도서관 등 캠퍼스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홍보팀에서 추천하는 ‘시민 인문강좌’ 같은 강의도 듣고 있어요. 나머지 시간에는 방에서 작업을 하거나 집처럼 쉬며 평범하게 지내고 있어요.

저도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 방에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어요.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갈 계획이에요.

 

그러면 KAIST에서 어떤 것을 해보고 싶나요?
저는 ‘미쳤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을 만나고 싶어요. 만화에 나오는 인물처럼 천재이지만 독특한 사람들을요. 그리고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KAIST의 만화, 그림 동아리도 방문해보고 싶고요.

저는 ‘사람’을 얻어가고 싶어요. 인생에서 무언가를 얻은 사람들을 보면 자기 분야의 사람들과의 교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많은 교류를 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는 과학과 관련된 사람이 없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지식의 교류뿐만 아니라 감정의 교류까지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을 얻고도 싶고요. 그리고 과학과 예술이 교류하면 좋은 에너지가 생길꺼라고 생각해요.

 

혹시 KAIST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못해서 아쉬운 것은 없나요?
저는 KAIST의 과학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면접 볼 때 강의를 들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 때는 교수들이 흔쾌히 허락했어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홍보팀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미리 방문한다고 공지도 해야 하고, 교수와 학생에게 허락도 받아야 하고 뭐도 해야 하고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통행증도 받았겠다, KAIST의 이모저모를 보고 싶은데, 그게 좀 아쉬워요.

 

앞으로 KAIST 학우들과 어떤 관계가 되고 싶나요?
면접에서 교수들이 KAIST 학생에게 인생 선배로서, 문화예술인으로서 멘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천재면서 독특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혹시 자신이 독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면 꼭 연락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KAIST 안으로 끼어들어가고 싶어요. 김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저희는 프로젝트로 들어온 사람이라서 학생들이 외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좋은 선배, 누나, 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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