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산하 공과대학 혁신위원회(이하 공대 혁신위)가 공과대학 학생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공과대학의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공학교육인증(ABEEK)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화제가 되었다.

공학교육인증은 공과대학 졸업생들을 실제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부 기업이 졸업생을 신규 채용했을 때, 추가 교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공학교육인증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설계 과목 18학점을 포함해 총 109학점을 학교에서 정해준 과목으로 채워야 한다. 20 01년 동국대 등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 63개의 대학이 공학교육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학교육인증이 학생 입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서울대학교 학생 대표는 “교육과정을 학교 마음대로 정하기 때문에 이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억지로 인증 이수 요건을 채우는 데 급급해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이수 요건을 채워도 취업할 때 얻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학교가 정한 이수 과목이 공학교육인증의 원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으며, 회사에서 유용한 실무능력도 키울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그동안의 인증 시행은 학교의 부담을 증가시켰고 덩달아 학생들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공학교육인증과 비인증의 교육과정이 완전히 달라 학교 입장에서는 두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에 학교는 부담을 줄이고자 학생 대부분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공학교육인증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해왔다. 한보훈 학생(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은 “우리 과는 기본적으로 공학교육인증을 이수하도록 되어있다”라며 “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학교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4년 동안 공학교육인증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들은 4년 동안 많은 수의 설계 과목을 수강하기 때문에 비인증 프로그램보다 부담이 많다. 또한, 교육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휴학도 쉽지 않다. 졸업은 인증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 번 신청하면 취소가 불가능한 학교도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 학교를 비롯한 과학기술원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POS TECH, UNIST)들은 공학교육인증을 시행하지 않는다. 학생 대부분이 취업보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교수들이 너무도 많은 행정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공대 혁신위는 이러한 현장 의견 등을 참고해 오는 10일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대 혁신위는 인증 요건을 이수 학점 수로 평가하는 현재 방식에서 각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바꿀 전망이다. 인증을 지금보다 수월하게 할 것이며,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자유를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한다. 공대 혁신위는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실효성을 더욱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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