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온 신선함, '대전미술의 지평'
상태바
봄과 함께 찾아온 신선함, '대전미술의 지평'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4.03.25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둔산 대공원에도 봄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대전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은 ‘대전미술의 지평’을 전시 중이다. 일 층의 전시실 네 개를 쓰는 대규모 전시로, 현대 대전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 접하기 힘든 작가지만, 튼튼한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대전 미술과의 만남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전과 더 가까워질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아가 보았다.

 

이재호

대전에서 나고 자라 현재 한남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재호 작가는 주로 자연을 그리는 화가다. 초기에는 작은 범위의 장소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수묵 담채화를 그렸다. 물로만 농담을 조절하지 않고, 아교를 섞어서 그린 덕에 일반적인 수묵 담채보다 더 중후한 느낌이 든다. 그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대한 자연을 표현한 실경산수화를 주로 그리게 된다. 백두산과 설악산의 모습을 캔버스에 웅장하게 그린 작품, 단양 8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에는 자연을 향한 경외심이 담겨있다. 풍경을 담은 작품을 자세히 보면 캔버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연물 사이에 집을 그려놓아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림에서 물이 있는 부분을 채색하지 않고 남겨두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유동조

유동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한다. ‘이동하는 물,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설치작품은 벽으로 나뉜 세 공간에 보트가 한 척씩 놓여있다. 검은색, 회색, 흰색 칠이 각각 되어있는 보트 내부는 물이 담겨있다. 보트 위에는 프로젝터가 달려 있어 물 위로 영상이 재생된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배에는 월남전을 다룬 영화 ‘지옥의 묵시록’, 회색 배에는 발걸 음을 조심히 옮기라는 문장, 흰색 배에는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A.I.’가 재생된다.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배로, 선택을 신중히 하며 살아가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옆 전시실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얼어있는 유리에 그린란드 원주민의 소망이 담긴 글이 적혀있고, 유리 뒤에서 정치인이 연설하는 장면이다. 정치인의 입김 때문에 얼어있던 유리가 녹고, “선조의 전통을 지키며 이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원주민의 소원은 녹아내리는 물과 함께 흐릿해져 간다. 유동조의 창의적인 설치작품은 우리에게 개발과 보존에 대한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정장직

정장직의 작품은 화려하다. 그는 사물, 개념 등을 상징화한 그림문자인 ‘픽토그램’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은 주역의 8괘에서 영감을 얻어 얼굴 모양으로 구성되었다. 괘의 구조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표현한 얼굴은 추상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작품은 얼굴 형상의 픽토그램을 LED판에 그린 작품이다. LED판의 색이 각각 다르고, 그 색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각 작품을 율동적으로 배치해 전시실의 분위기는 더욱 화려해진다.

전시실 중앙에는 색이 서로 다른 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설치작품이 있는데, 마치 몬드리안의 <구성>을 3차원에 옮겨 놓은 듯하다. 강렬한 색채로 화려한 분위기를 만든 정장직의 전시실은 관람객에게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남오

김남오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전에서 수묵화를 배운 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베이징에서 학업을 마쳤다. 그래서 그는 동양문화권의 공통점 혹은 나라마다의 문화적 차이점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이징에서 만들 었던 작품이 주로 전시되어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중국 고대 서적에 나올 법한 그림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을 둘러싼 액자 테두리에 전자회로 부품이 붙어있다. 이런 방식의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다소 기괴하고 어두운 모습이다. 그의 다른 작품은 중국 고가구 위에 폐기물을 이용해 만들었다. 어둡고 너저분한 작품에서는 멸망을 암시하는 분위기가 묻어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순환고리를, 과거와 현재의 고리를 깨닫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기간 | 2월 28일 ~ 3월 30일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시간 | 10:00 ~ 19:00

요금 | 청소년 300원 성인 500원 (월요일 휴관)

문의 | 042) 602-3225

  

사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글/ 김하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