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WS 대학원 윌리엄 고다드, 정유성, 최장욱 교수 공동 연구팀]인 대 산소 비율 높아 오비탈이 안정화 되면서 고전압 발생… 환원 과정에서 중간 단계로 인해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 적어

 우리 학교 EEWS 대학원 윌리엄 고다드 교수, 정유성 교수와 최장욱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전압을 발생시키고 전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새로운 나트륨 이차전지의 양극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월 14일 관련 분야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한림회보(PNAS)>에 게재되었다.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해 새로운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전지의 원리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와 비슷하다. 음극에서는 산화가 일어나고, 양극에서는 환원 반응이 일어난다. 양극의 나트륨 양이온은 전자를 만나 다시 음극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전지가 충전된다. 그러나 기존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전압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는 이 한계를 극복해 고전압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다.

 

인 대 산소 비율, 오비탈 안정화에 기여

연구팀은 Na2CO3, V2O5, NH4H2PO4를 적절한 온도에서 합성해 고전압이 발생하는 새로운 전극 Na7V4(P2O7)4(PO4)를 만들었다. 이 전극은 전자를 잃으면 Na3V4(P2O7)4(PO4)가 되며, 이 분자가 다시 나트륨 양이온과 전자를 받으면 충전이 된다.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에 걸리는 전압은 전극에서 나트륨 이온이 전자를 얻기 전과 후의 에너지 차가 클수록 커지는데 Na3V4(P2O7)4(PO4)의 에너지는 기존 전극보다 낮아 더 큰 전압차가 발생한다. 이는 전극의 인과 산소 결합 때문이다. Na3V4(P2O7)4(PO4)는 버나듐 원자를 중심으로 산소 원자가 결합하고 있으며, 산소 원자에 인 원자가 이어서 결합하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인은 산소를 끌어당기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버나듐과 산소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Na3V4(P2O7)4(PO4)의 최고 준위 점유 분자궤도(HOMO)는 버나듐과 산소의 반결합 오비탈인데, 원자간 결합이 약해지면 버나듐과 산소 사이의 결합 오비탈 에너지 준위가 증가함과 동시에 반결합 오비탈 에너지 준위는 감소한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전극은 인 대 산소의 비율이 높아 기존 전극보다 반결합 오비탈 에너지 준위가 안정화되는 정도가 크고, 에너지 차가 커져 더 높은 전압이 걸리게 된다.

 

산화환원 과정 중 전압이 낮아지는 중간단계 존재해

물질의 조성이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할 때에는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A 상에서 B 상으로 바뀔 때, A 상과 B 상이 경계를 이루며 공존하되 B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B 상으로 바뀌는 경우와 A 상 전체가 연속적으로 점차 B 와 비슷한 상으로 변해가는 경우다. 기존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의 양극은 환원 반응이 일어날 때 상 전체가 다른 상으로 변하면서 반응할 수 있는 상이 존재하지 않아 전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연구팀이 개발한 양극은 전압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따라 이번 전극에서 상 전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원 반응이 일어나기 전·후 상이 모두 존재하며, 그 비율만 변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전압이 완벽히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한번 아주 소량 낮아진 후 다시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하는 과정이 두 번 일어난다는 뜻이다. 전극이 Na7V4(P2O7)4(PO4)에서 Na3V4(P2O7)4(PO4)로 바뀌는 과정 중, 에너지 준위가 두 상 사이에 해당하는 중간단계가 한 단계 있는 것이다.

 

▲ 중간단계 존재 여부에 따른 전극 경계면에서의 에너지 곡선=중간단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에는 경계면에서 Ea만큼의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나, 중간단계가 존재할 때에는 Eb+Ec만큼의 에너지만 필요하다/ 곽해찬 기자

 

중간단계가 존재해 에너지 효율 높아져

연구팀은 Na7V4(P2O7)4(PO4)전극에 중간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지의 에너지 효율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Na3V4(P2O7)4(PO4)은 나트륨 양이온과 전자를 받으면 부피가 커지는데, 이 때문에 전극에서 전자를 받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면에 부피 차이가 생겨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자를 받기 전과 후의 전극 에너지 곡선을 그려보면 두 곡선이 만나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의 에너지가 두 상이 맞닿아있는 경계에서 필요한 에너지다. 그런데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은 중간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에너지 곡선이 더 낮은 에너지에서 만나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적다.

 

이번 연구는 기존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양극 재료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중간단계가 존재하는 상 변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해 다른 여러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 김희진 학우(EEWS 대학원 박사과정)는 “다른 나트륨 이온 이차전지에 비해 소재적 장점이 있어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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