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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숨결을 세계가 느끼다
우리나라 9번째 세계유산, 조선왕릉
[322호] 2009년 09월 09일 (수) 이효나 기자 same-emas@kaist.ac.kr

올해 총 42기의 조선시대 왕릉 중 남한에 남아 있는 40기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조선왕릉에 담긴 공간의 미학과 현재까지 행해지는 산릉제례 등 조선왕릉의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어떻게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에 등재 될 수 있엇는지와 조선왕릉의 문화적 가치,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 그리고 세계유산에 등재 추진 중인 유산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조선시대의 왕릉

조선왕릉이란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뜻한다. 현재 남한에 40기, 북한에 2기가 남아있다. 조선왕릉은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조선왕조는 왕릉 관리자를 따로 두어 왕릉을 항시 관리하도록 했고, 부장품이 화려하고 풍부했던 신라나 백제의 왕릉과는 달리 검소했던 조선시대 왕릉은 대부분 도굴을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사상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는 내세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장품을 묻을 필요가 없었다. 조선시대 왕의 무덤에 들어간 것은 주로 나무로 만든 식기나 악기, 무기류 등에 불과했다.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다

유산을 심사하는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하 ICOMOS)가 세계유산협의회에 제출한 조선왕릉 최종 심의보고서에서 조선왕릉의 문화적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ICOMOS는 조선왕릉의 전체 공간 구성이 독창적이고 왕릉 제례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다른 유교권 국가의 왕릉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해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했다.

 

조선왕릉의 공간 구성

조선왕릉은 크게 진입공간, 제향공간, 능침공간으로 나뉜다. 각각의 공간은 독특한 방법으로 조성되었고, 특이한 석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진입공간은 가장 먼저 왕릉이 시작되는 곳으로, 왕의 혼령이 내세에서 속세로 들어가는 공간이다. 진입공간은 제사를 준비하는 곳인 재실과 속세와 내세를 구분하는 금천교에서부터 왕릉이 신성한 구역임을 나타내는 홍살문까지 이어진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제향공간이 시작된다. 제향공간은 왕의 혼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의 연결 통로인 참도는 왕의 혼령이 이용하는 중앙의 큰길과 살아있는 왕과 참배자가 사용하는 그보다 낮고 좁은 길로 구성된다. 참도의 끝에는 제사를 모시는 곳인 정자각이 있다.

정자각을 나오면 왕릉의 핵심인 능침공간이다. 능침공간은 봉분과 주위를 둘러싸는 곡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주위에는 소나무가 둘러싸여 있어 왕의 위엄을 강조한다.

 

현재까지 행해지는 산릉제례

왕릉 제례가 현재까지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조선왕릉의 주목할 만한 점이다. 현재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는 매년 산릉제례라는 제례를 행하고 있다. 이 제례는 60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오늘날까지 왕실 후손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유교의 충과 효를 상징하는 예제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제례가 현재까지 행해지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문화이다.

 

자연환경을 중시한 조선왕릉

ICOMOS는 조선왕릉이 중국, 일본 등유교 문화권에 있는 다른 국가의 왕릉에 비해 독자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왕릉과 비교했을 때, 조선왕릉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환경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평지에 인공적으로 왕릉을 조성한 데 비해, 풍수사상을 중시했던 우리의 선조는 왕릉 자리를 선택할 때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왕릉에 비해 조선시대의 왕릉은 더 길고 연속적인 역사를 자랑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일본에서는 3세기에서 7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능침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이후 눈에 띄게 규모가 작아졌다. 불교가 성행함에 따라 왕릉 대신 석탑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선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유네스코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호하고자 1972년에 세계문화,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협약을 채택했다. 그리고 세계유산협약을 운영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를 두었다. 세계유산협약에서는 ICOMOS를 포함하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를 자문기구로 지정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들 자문기구로부터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권고받아 세계유산을 최종 선정한다.

현재 180여 개의 나라가 세계유산협약에 가입되어 있고, 이 중 21개의 회원국이 세계유산위원회를 구성한다. 세계유산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국은 2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유산협약 총회에서 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4년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미국, 스페인, 페루 등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임기는 올해 끝난다.

세계유산은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 세계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왕릉을 포함하여 창덕궁, 종묘, 화성, 고인돌유적 등 8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있고, 세계자연유산은 우리나라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일하다.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노력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고자 하는 노력은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9개의 조선왕릉이 밀집한 동구릉 소재지인 경기 구리지역의 지역사회와 일부 역사문화학계에서 동구릉만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동구릉만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당시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 청장의 주도로 남한 18개 지역에 분산된 40기의 조선왕릉에 대해 일괄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해 2006년 1월 16일 40기의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했다. 그 후 조선왕릉에 대한 학술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신청서 작성을 준비했다. 2008년 1월 31일, 문화재청은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했고, 2008년 9월 21부터 29일까지 ICOMOS의 전문가들에게 현지실사를 받았다. ICOMOS는 태릉사격장과 태릉선수촌의 철거와 의릉 문화재 구역 내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철거, 서오릉 서쪽 건물 환경 개선 등 세 가지를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수용했고, 조선왕릉은 2009년 6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33차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표의 가치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유형적인 효과보다는 무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유산의 브랜드가치가 올라가고, 자연스레 유산이 홍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왕릉에 대한 내실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을 좀 더 철저하게 보존, 관리할 수 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 담당자는 “우리나라가 이미 경제 대국이고, 유산의 관리나 관련 정책에 있어 후진국이 아니므로 유네스코로부터 직접적으로 재정적 원조나 기술적 지원을 받을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것보다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유산이라고 인정받았다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10번째 세계유산

문화재청은 현재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묶어 ‘한국의 역사 마을’로서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상태이다. 올해 1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고, 결정은 내년 7월경에 내려질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 중인 유산이 많지만, 유산 자체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부족해 등재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유산의 관리, 보존은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 주민들이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없다. 실제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을 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등재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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