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1일 우리 학교 브랜드위원회가 (주)디자인파크커뮤니케이션즈(이하 디자인파크)에 의뢰해 개발한 우리 학교의 새로운 UI 후보 시안이 공개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시안 2건은 브랜드위원회가 디자인파크에서 제안한 UI 후보 시안 24건에 대해 9차례 회의 끝에 후보로 선정된 것이었다. 총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두 시안을 지지한 응답자는 각각 2.49%, 3.83%에 불과했고, 두 시안 모두 적절치 않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그보다 10배 이상인 40.64%에 달해 우리 학교 UI 변경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학교 UI 변경은 핵심 가치 제정과 함께 강성모 총장이 부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대학의 UI 변경은 자주 시행되는 사업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MIT처럼 최근 성공적으로 UI 변경에 성공한 대학도 있지만,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 중에는 수백 년 사용한 UI를 지금껏 사용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우리 학교의 UI 변경이 필요하다면, 30년 이상 사용해온 현재 우리 학교의 UI가 어떠한 문제가 있으며, 새로 변경될 UI는 어떠한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 현재 우리 학교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구성원이 될 사람들조차 동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위원회에서 후보로 선정한 2건의 시안 모두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UI 변경 사업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한다. 물론 UI 디자인 전문업체에 의뢰해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다른 사업처럼 공론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의장 등록조차 되지 않은 시안이 나올 때마다 학내 전 구성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UI 변경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위원회에 교수, 교직원만 참여할 뿐 학생의 참여가 없었다는 것은 위원 구성에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달과 이번 달 두 차례 공청회가 개최되고, 추후 개최될 브랜드위원회에 학생 대표 4인의 참여가 보장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학교 UI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고, 브랜드위원회가 9차례에 걸친 전체 회의를 가졌으며, 시안 공개와 이어진 두 차례에 걸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UI 변경에 대한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학내 구성원들이 왜 UI 변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 참여가 보장된 새로운 브랜드위원회에서 새로운 시안을 검토하기 이전에 UI 변경이 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새로운 UI는 어떠한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UI는 향후 수백 년, 최소한 수십 년 간은 우리 학교를 상징하는 로고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가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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