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멀어지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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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멀어지는 빛
  • 안은진 기자
  • 승인 2014.02.2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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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고통으로 채워진 삶의 이면을 보다

<멀어지는 빛>은 화가인 다비드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녹음한 듯 기록한 작품이다. 회고록을 쓰는 다비드의 현재와 다비드가 떠올리는 과거가 함께 담겨있다. 다비드는 그의 아들이 죽음을 맞이하던 밤을 이야기하고, 저자는 그 사 이사이에 다비드의 기억을 나란히 배열한다. <멀어지는 빛>은 생각의 흐름을 좇는 평범하고도 다소 거친 대화 방법으로 빛과 인생에 관해 이야기한다.

20년 전, 다비드의 아들 하코보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치료 이후 하코보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게 되었고, 죽음에 초연해지다 못해 간절히 기다렸다. 이내 그는 안락사를 결심하고 형제인 파블로와 함께 포틀랜드를 향한 긴 여행을 떠났다. 포틀랜드에 도착한 이후부터 예정된 계획이 실행되기까지 다비드 가족에게 찾아온 사람들, 걸려온 전화통화에서 그들의 슬픔과 초조함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평생의 반려자였던 사라까지 떠나보낸 다비드는 시력이 점차 약해져 가정부인 앙헬라의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된다. 시력을 잃은 다비드는 화가로서의 생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빛이 그에게서 멀어지면서 그에게 시간 그리고 언어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는 철자에 서툰 앙헬라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남겨진 것들을 백분 활용한다. 다비드는 빛을 잃었으나 언어를 통해 흘러간 과거와현재,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려낸다. 비록 언어가 시간을 붙잡아 놓을 수는 없지만, 다비드는 그 유연성으로 회고록을 놀‘납’도록 완성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영원한 듯하며 기쁨에 찬 순간은 한 찰나에 사라진다. 다비드는 가족을 잃으며 큰 슬픔과 고통을 겪 었고, 그림을그릴수없게되며큰 상실감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의 삶에 고통뿐이었던 것은 아니라며 행복했노라고 고백한다. <멀어지는 빛>은 하코보의 표현을 빌려 우리의 인생은 짧고 긴 시간의 흐름이, 다양한 감정이 어우러져 완성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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