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는 항상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가를 한국으로 초청해오곤 한다. 이번에 초대한 작가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리스칼’이다. 마리스칼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캐릭터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가구, 소품, 타이포그래피까지 자신 만의 개성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만능’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리스칼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나보자.

스케치의 방

전시는‘스케치의 방’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실 이름처럼 스케치가 사방에 계단처럼 늘어뜨려져 있다. 난독증을 앓고 있던 마리스칼은 모든 것을 글보다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했다. 그의 스케치는 마리스칼의 생각 그 자체이고, 그의 예술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다. 그의 드로잉은 간단한 선만으로도 인물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정형적이지 않은 드로잉은 자유분방한 마리스칼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물을 세세하게 담아낸 그림은 그의 뛰어난 공감각적 능력을 보여준다. 최근 마리스칼은 태블릿과 손가락을 이용해 삽화를 그린다. 또, 작품을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한다. 스케치의 방 옆의 스크린에서는 그림 완성 과정이 담긴 영상이 재생된다. 망설임 없이 작품을 그려내는 영상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콜라주, 풍경을 이루다

마리스칼은 잘라내고 섞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콜라주’를 예술기법 중 가장 본질적인 기법이라고 여겼고, 작품에서 콜라주를 즐겨 사용했다. 두번째 전시실인 ‘콜라주, 풍경을 이루다’는 마리스칼의 콜라주 작품을 색다르게 전시해 놓았다.

우선 전시실에 들어서면 ‘빌라훌리아’라는 장난감 집과 커다란 회색 벽이 눈에 띈다.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 아이들에게서 착안해 만든 빌라훌리아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 옆에는 빌라훌리아와 어울리지 않게 칙칙한 회색 벽에 도시의 풍경이 하얀 선으로 그려져 있다. 마리스칼이 이 회색 벽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한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옮겨보면 마리스칼이 만든 가구들이 놓여있다. 여러 천 조각을 이어붙여 만든 의자, 각기 다른소재를 이용해 구성한 스탠드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상상력이 돋보인다. 마리스칼은 작품들을 직접 배치해 전시실마저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얼핏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오브제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큰 콜라주 작품처럼 완성된 전시실은 마리스칼의 참신한 예술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다.

컬러 퍼레이드

마지막 전시실은 ‘컬러 퍼레이드’라는 화려한 전시실이다. 마리스칼의 손에서 태어난 캐릭터가 전시의 끝자락에서 관객들을 배웅한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코비’와 하노버 엑스포 마스코트였던 ‘트윕시’ 등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캐릭터는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다. 천장 에는 마리스칼과 함께 작업했던 브랜드의 로고가 소개되어있다. 헬로키티, H&M, 앱솔루트 보드카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마리스칼과 만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알파벳조차 마리스칼에게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매번 새로운 모양과 색깔로 알파벳을 만들어내는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로 관객들을 매혹한다.

전시장을 나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야 한다. 분홍색 털로 덮여있는 통로는 마리스칼의 작품 세계 속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실을 나가면 체험장이 있다. 마리스칼의 캐릭터를 조각조각 이어 붙여 직접 색칠해 볼 특별한 기회다.

현란한 색채와 대담한 전시구성은 마리스칼 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 따뜻한 봄, 마리스칼의 작품과 함께 신학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한가람미술관 제공

글/ 김하정 기자

 

기간 | 12월 7일 ~ 3월 16일

장소 | 한가람미술관 1층

시간 | 11:00 ~ 20:00

요금 | 12,000원

문의 | 02) 325-1077 superseri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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