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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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 안은진 기자
  • 승인 2013.12.0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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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현실을 포장하기도, 도리어 현실의 숨겨진 부분을 낱낱이 파헤치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꿈과 사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현실에 숨겨진 부정부패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이기에 허탈감과 안도감을 느끼며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네 ‘잉여’(쓸모없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의 경험담을 담았기에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이다. 하지만 평범한 젊은이들이 꿈꿀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어떤 현실보다도 영화 같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어떤 작품보다도 강하게 와닿는다. 무모한 이 네 잉여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발자취로 그들의 목표를 향한다.

 

  가볍게 본다면 이 작품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영화이다. 네 명의 거침없는 ‘잉여’는 영상을 만드는 재능을 이용해 땡전 한 푼 없이 유럽을 여행하고, 인디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후 귀국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비행기 왕복권과 단돈 80만 원으로 1년간 유럽과 터키를 여행하고, 조건 없이 친절을 베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자의 신분이기에 학교 과제, 스펙쌓기 같은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호스텔에서 받은 고급 레스토랑 식사권을 땅땅거리며 쓰는 모습은 누구라도 자신만의 목표를 잡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끝까지 도전한다면 무엇이라 도 이룰 수 있는 청춘의 패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청춘들의 아름다운 도전 이면의 거친 부분들을 보여준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는 며칠동안 씻지 못해 꾀죄죄한 모습과 쓰레기장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모습이 숨어있다. 숙소에 머물 돈을 벌기 위해 12시간씩 일을 하며 그들의 목표였던 영상 제작 작업이 지체되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고집하며 팀원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매너리즘에 발이 묶인 시기도 있었다. 무엇 보다도 그들의 성공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제작한 광고를 통해 알 수 있다. 평소엔 ‘방콕’(방에 콕 박혀있는 모습을 표현한 신조어)이 일상인 잉여들 같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광고 영상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인다. 그들의 광고가 어디에 내놓더라도 뒤지지 않을 대단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호스텔들이 앞다투어 영상 제작을 맡겼던 것이다. 그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행운과 여러 사람의 친절이 어우러져 숨겨진 현실과 맞붙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포기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누구나 공감하는 문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 번쯤 현실과 타협 하고 도전을 포기하는 경험을 한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왜 목표를 향해 꿋꿋이 도전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꿈을 등지고 현실로 돌아가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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