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강북 사립일반고등학교 출신이다. 필자가 출신 고등학교를 밝히는 것은 ‘출신 고등학교에 의한 학우의 성향이나 성적’ 등의 편견으로 가득한 잣대에 대해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필자가 지금 다니고 있는 우리 학교(카이스트)와 구분하기 위해 그 고등학교를 C고등학교라고 하자.

C고등학교는 각종 비리로 구설에 많이 올랐던 학교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도 필자를 비롯한 동기들의 모교에 대한 불만사항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 왜 우리는 갑자기 맛없는 석식을 강제로 신청해야 하며, 왜 우리는 수업시간에 동원되어 모교 야구단 응원연습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불만은 점점 더 확장되어, 우리 사이에서는 학교 전체에 대한 불신과 유쾌하지 않은 소문들이 흘렀다. 이사장이 비리가 있는다던지, 급식업체와의 뒷거래가 있어서 석식을 강요받고 있는다던지. 1학년 때는 시위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런 소문은 확인할 방법도 없었고, 모두 쉬쉬하기만 바빴다.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떠들면 돌아오는 말은 늘 “애교심이 부족하구나”였다.

하지만 필자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필자는 필자의 모교 C고등학교를 사랑한다. 바둑 이야기만 나오면 C고등학교 자랑을 했고, C고등학교 야구팀이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하면 씨익 웃음을 짓곤 한다. 우리 학교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가 있다면 전화든 문자든 조언을 주고 싶다.

그러나 필자가 사랑하는 학교는 온갖 불의와 문제가 난무하는데도 침묵이라는 베일에 싸여 껍데기만 멀쩡해 보이는 학교가 아니다. 문제를 인정하고, 서로 고민을 통해 더 나아가 좋은 교육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다. 필자는 필자의 후배들이 진심으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상처는 꼭꼭 숨기기만 해서는 낫지 않는다. 더 깊숙이 곪아갈 뿐이다. 그러나 필자가 C고등학교에 있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 문제의식을 표현할 줄을 몰랐다. 그때는 펜을 쥐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에 온 필자는 지금 카이스트신문 편집장의 임기를 거의 마쳐간다.

카이스트신문은 우리 학교 홍보지가 아니다. 우리 학교에 비판할 점이 있다면 비판해야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애교심이 부족하구나”와 같은 비난에 부딪혀왔다. 하지만 우리는 펜을 꺾을 수 없다. 필자는 포함한 카이스트신문 기자는 (아마도, 그러나 분명히) 우리 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판의 날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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