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자연물은, 특히 인간의 힘으로 이해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힘들은 두려움과 동시에 경배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자연물 중 인간에게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면서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존재는 하늘이었다. 그래서 고대의 지배자들은, 그리고 제법 최근까지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하늘과 자신의 상관관계를 선전하며 지배의 정당성을 강화하곤 했다. 단군이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의 자식인것도, 고대 국가가 제천행사를 치르는 것도, 과거 중국의 지배자가 ‘천자’라고 불린것도 다 이것 때문이다.

이러한 유서깊고 전통 있는 선전 행위는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에 대한 신비가 제법 걷힌 현대에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일본에는 ‘천황’이 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신격화가 진행되고있다. ‘천마를 타고 일제를 때려잡는 김일성 수령님’의 모습은 단순히 우리가 희화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말도 안된다며 이를 비웃고 있지만 이러한 신격화가 북한의 장기독재를 정당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과연 이런 일이 없었을까. 20여 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텔레비전에서는 “대통령께서는 오랜 가뭄 끝에 이 강토에 단비를 내리게 하고 떠나시더니 남국의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하셨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웃을 일이 아니다. 불과 며칠 전, 인터넷 신문 <이데일리>에는 다음과 같은 보도가 나갔다.

“아침부터 비를 퍼붓던 하늘은 환영식이 시작될 즈음부터 개기 시작했고, 박 대통령을 태운 왕실마차가 버킹엄궁에 들어설 때는 햇빛이 쨍쨍 비쳤다”

아무리 현장성을 살리고자 했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이 문장은 최대한 방어적으로 봐도 ‘하늘이 박 대통령에게 긍정적이다’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고있다. 그리고, 이러한 뉘앙스를 띠게 하고자 하는 목적은 자명하다. 이 문장은 천신숭배사상에 근간을 둔 유서 깊고 전통적인 국가 지도자에 대한 수사법이다. 언론은 무엇을 말하고 표현해야하는가.

일전에 필자는 이번과 동일한 제목으로 까리용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번 까리용 제목은 이번에 썼어야했다. 우리는 고작 몇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군이 지배하던 고조선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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