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무중력 증후군’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던 작가 윤고은의 신작이 나왔다.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밤의 여행자들’을 읽으며 있을 법한 섬‘무이’로 여행을 떠나보자.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에 다닌다. 승승장구하며 수석 프로그래머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 회사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받고 고민 끝에 회사에 사표를 낸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한 달간 휴가를 주고, 재난 여행 상품을 직접 체험해 피드백을 달라고 권유한다. 그렇게 고요나는 ‘종족간의 싸움으로 한 종족이 떼죽음을 당하고, 사막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로 새로운 학살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테마로 한 ‘사막의 싱크홀’이라는 상품을 체험하게 된다. 고요나는 베트남의 ‘무이’라는 섬으로 2주 동안의 여행을 떠난다.

  답답한 일상의 탈출구로 여겼던 여행은 신나는 구석이 없다. 동행자들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윤고은의 담담한 묘사는 그런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동행자들은 함께 재난의 현장을 구경하며 피해자에게는 동정과 연민을 표하고, 자신의 삶이 안전함을 재차 확인하며 안도한다. 하지만 재난 여행은 거짓말로 잘 짜인 각본을 따라 움직이는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재난 현장의 사람들은 돈을 위해, 살기 위해 연극에 참여했고 여행자들은 거대한 연극을 돈을 주고 보았을 뿐이었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무이에서 더 많은 돈, 더 멋진 연극을 위해서는 죽음조차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 않았다.

 

  고요나는 무이에서 새로운 연극을 짜는 일을 부여 받는다. 커다란 자본의 손 위에서 그녀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다했다. “수용소로 가는 차편을 마련하라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던 나치 정권의 아이히만처럼 거대한 연극에서 전체를 보지 않고 ‘주어진 일’만을 했던 고요나는 어느새 자신이 연극의 중심에 있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는 고요나의 이야기로 모두가 ‘내 일’만을 하는 세상에서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함을 일깨운다.

  윤고은은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이웃의 삶을 담담한 말투로 보여준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그들의 삶’은 어느새 ‘자신의 삶’ 이 되어버렸고, 독자는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 앞에 마주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힘을 느낀다.

  잠시 멈춰 윤고은의 ‘밤의 여행 자들’을 읽어보자. 성긴 글이 엮여 전하는 신선한 교훈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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