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센터에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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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에 어서오세요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3.11.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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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원 대학원인권센터 센터장

학부 2학년쯤에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도 더 전이네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는 석사 1년차였습니다.. 학과 수석도 하는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석사를 학교에서 하면서 종종 지도교수 집에 과외를 해주러 다니고는 했었지요. (어쩌면 지도교수가 소개시켜준 다른 누군지도 모르겠으나) 여튼 돈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똑똑한 학생을 무료 과외교사로 써먹는 지도교수>였던 셈이죠. 그 때는 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저걸 참고 있을까. 나라도 가서 따져보겠다고 하면 그녀는 그냥 웃고는 했지요. 

시간이 흘러 첫사랑의 기억이 아득해질 무렵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몇 년을 지낸 나 역시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생활에 적응이 될 때 쯤, 그러니까 박사과정을 시작할 무렵에서 옛날 여자친구의 기억이 살짝 떠올랐습니다. 그 때서야 그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원생의 신분은 대단히 특수합니다. 분명히 일을 하고 업무의 연장선에서 학업이 진행되지만 학업을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고, 최저임금 보장도 되지 않지요. 주말에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 특근수당도, 야간에 근무를 하더라도 야근수당도 없습니다. 박사과정 2년차부터는 거의 수업도 듣지 않고 연구와 프로젝트에 매진하는데 여전히 지위는 불안정합니다. 대학원생을 지켜주는 유일한 단체는 학생회 뿐인데, 이것도 노동조합과 같은 법정 단체가 아닌 임의단체에 불과해서 사실상 대화나 타협을 강요할 수단은 없는 셈이지요.

대학원생에 대한 전권은 지도교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퇴를 하기 위한 서류에도 지도교수의 사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미등록을 통한 제적으로(!) 빠져나가는 법이 있긴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지도교수가 허락하지 않으면 자퇴조차 할 수 없는 셈이지요. 학생에게 생계비를 보장하던 그렇지 않던 졸업을 늦게 시키건 빨리 시키건 모든 것은 지도교수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에 이에 대응할 수단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례들은 참 많습니다. 성희롱, 성추행,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에 학생들을 무료 인력으로 부려먹기. 폭언. 폭행. 계속되는 야간 업무지시(밤 10시에 시키면서 아침까지 가져오라고?) 과외 시키기. 애들 숙제 대신 시키기. 운전기사 시키기. 연구실을 옮기려 해도 지도교수의 허락이 필요하니 나가던지 아니면 버티는 방법뿐인 것입니다. 이런 <잘못 걸린>경우에는 정말 우울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좋은 분들이긴 하지만 이런 속칭 “괴수”에게 걸려버리면 연구실을 옮기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대학원총학생회의 노력과 몇몇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작년에 지도교수를 옮길 때 학과장 승인만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완화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이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대학원생 인권센터는 모두를 위한 단체입니다. 세상은 보통 혼자서 해결하라고 강요하고, 우리도 혼자서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만 가끔은 정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지요. 인권센터는 제도개선 및 민원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와의 문제나 혹은 선후배간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대응 방법을 조언해드리고 원하는 경우에는 공동으로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 총학생회와 인권센터는 학우 여러분을 위해 열려 있습니다. 언제라도 부당한 일을 당해서 하소연하기 어려울 때 찾아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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