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우리 학교 재학생 11명이 결핵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학내 구성원들이 크게 동요했다. 11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결핵에 감염되었고, 잠복 결핵 감염자도 92명이 된다면, ‘집단 감염’이라는 언론 표현이 과장이나 왜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는 결과만 주목했기 때문에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결핵 ‘집단 감염’은 그 과정과 맥락을 살펴보면 학내 구성원이 공포감을 가져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 지난 5월 우리학교 학생 한 명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결핵 확진을 받은 학생과 기숙사 생활을 같이하거나 함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1,671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가 지난달 24일 발표된 결핵 감염자 11명, 잠복 결핵 감염자 92명이라는 수치였다. 

역학 조사를 받은 16명의 학생 중 1명이 결핵에 걸렸거나 감염되었다는 수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염 우려가 높은 학생들을 선별해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12,000여 명의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다고 1,000명 가까운 학생이 결핵에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11명이라는 수치는 우리나라의 결핵 감염 실태 통계에 비춰 과도한 것은 아니다. 잠복 결핵 감염자는 전염성이 없고, 결핵 감염자라도 2주 동안 결핵 치료제를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진다. 결핵 감염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결핵 감염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예방 접종과 위생 수준 향상으로 과거에 비해 결핵 환자가 크게 줄었기는 하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결핵 발생자 수 평균 87명으로 구미 선진국에 비해 결핵 감염자 비율이 높다. 결핵은 완치 가능한 질병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수개월 동안 독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식이요법도 병행해야 하는 등 치료 과정이 몹시 까다롭고 고통스럽다. 결코 만만히 볼 가벼운 질병은 아닌 것이다. 

우리학교는 재학생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각종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높다.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에 비해 영양 상태도 부실할 수밖에 없고,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다보면 수면이 불충분해 면역력도 약해질 가능성도 크다. 학교는 이런 우려 때문에 재학생들에게 매학기 기숙사 입사 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고, 이번 결핵 역학조사처럼 KAIST 클리닉을 중심으로 전염성 질병에 감염된 학생이 발생하면 신속히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의 예방은 담당부서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역학조사 요청이 들어오면 개인과 동료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며, 스스로의 위생에도 힘써야 한다. 결핵 ‘집단 감염’을 확대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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