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계획은 정원 확보부터... 의정갈등 가라앉는 시점부터 과기의전원 신설에 대한 단계적 논의는 가속될 것

지난달 6일, 필수 의료 인력 확보와 지방 의료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우리 학교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과기의전원)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 인공지능과 더불어 첨단바이오를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강조하면서, 첨단바이오 분야의 필수 인재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설립이 공식화된 과기의전원 신설을 위해 힘쓰고 있는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을 인터뷰했다.

2026년 개원 목표인 KAIST 과기의전원의 진척 상황은

우선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과기의전원의 준비 상황을 물었다. 이에 김 학과장은 개원 목표가 2026년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과기의전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원 확보, 인가, 평가 인증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거쳐야한다. 개원 18개월 전에 평가 인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평가 인증 준비를 위해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재는 정원 확보를 최우선으로 노력 중에 있지만, 당장 내년 하반기에 신입생을 모집해 2026년에 개원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과기의전원을 하나의 진로 계획으로 구체화하여 준비하기보다는 불투명한 미래 계획 중 하나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신설 추진 중인 과기의전원과 現 의과학대학원과의 차이점

김 학과장은 현재의 의과학대학원은 PhD과정(박사과정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지만, 과기의전원은 총 8년의 기간동안 의사(MD)이면서 공학 박사 학위(PhD)를 취득한 의사공학자(MD-PhD)를 양성하는 복합 학위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과기의전원은 전문대학원이기에 기존의 의과학대학원과는 완전히 별도의 프로그램임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신설하게 된다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실험, 실습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고, 법적으로 병원 실습을 52주 이상 하게 되어 있으므로 병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교육 병원을 자체적으로 만들 계획은 없다고도 함께 밝혔다. 의과대학은 교육시설이 타 학과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가므로, 교육 인프라에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학과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학생 수 및 시설을 우선시해 따져본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의전원 졸업 후, 의사과학자가 아닌 임상 의사가 된다면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 계속하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자 했는데, 개인의 부를 위하여 졸업 후 임상의사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학과장은 사회적 우려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함과 동시에 “과기의전원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지겠지만, 일부 학생들이 임상의사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가장 좋은 방법은 임상의사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실패라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일정 부분의 실패를 용인하는 자세라고 했다. “10명을 뽑아서 7명이 의사과학자가 되고 3명이 임상의사가 된다면, 7명의 의사과학자가 생기는 것이 성공이지, 3명의 임상의사가 생긴 것이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패를 해도 의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많은 학생이 용기를 내고 의사과학자의 길을 도전해 볼 수 있기에 과기의전원은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는 것이며, 사회적 우려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과기의전원이 추구하는 학생 선발 과정

김 학과장은 과기의전원의 원래 목적에 맞는 의사과학자의 길로 학생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교수진이 학생을 잘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의전원에서는 의과 대학 교육과 과학 및 공학 교육을 합쳐 놓았으니 공부량이 많을 것이고, 이를 따라올 수 있는 지적 능력이 필수적이기에 기본적으로 성적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소 수준의 성적만 갖추고 있다면, 합격의 당락은 집중 면접을 통해 학생의 동기 및 투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적인 사례로 학생 한 명을 교수 세 명이서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고, 이 과정을 총 세 번 진행하는 미국의 한 면접 시스템을 예로 들며, 과기의전원 역시 교수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면접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의전원은 MD-PhD 8년 과정이고, 투입되는 국가 재정 및 사회적 비용이 많기에 선발 과정에서 이러한 교수진의 노력은 필수라고 전했다. 또한, 개인의 부를 위해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도 심층 면접을 통해 자연스럽게 선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KAIST 과기의전원의 교육 계획 및 비전

과기의전원이 신설되면, 관련 학과 및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로부터의 많은 관심이 예상되는데, 이에 과기의전원의 교육 계획 및 비전을 물었다. 김 학과장은 “교육 과정에서 30% 정도의 시간을 의학 전공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는데, 이 시간에 공학에 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의과대학 교육은 굉장히 경직되어 있기에, 이공계를 졸업한 학생에게 과기의전원으로 진학해 공학 교육을 섞어 진행하고, 공대에서 박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의과학대학원은 생명과학 분야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과기의전원은 우리 학교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하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또한, 과기의전원의 비전은 의학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했다. 의과대학이 현재의 의학을 가르친다면, 과기 의전원은 현재의 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의학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전이라고 전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 중 사람에 적용할 수 있는 과학을 연구하고 싶은 학생을 과기의전원의 인재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의 당장의 계획은

과기의전원 신설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과제이므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인하여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 학교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이유로 과기의전원 신설을 논의하는 것을 시급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볼 때, 의정갈등이 가라앉은 후 과기의전원에 관해 더 깊게 논의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긍정적인 시선을 밝혔다. 그 전까지 우리 학교는 내실을 다지며 과기의전원 신설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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