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
Fully Memristive Elementary Motion Detectors for A Maneuver Prediction - 「Advanced Materials」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19일 다양한 기능의 멤리스터 소자를 융합하여 곤충의 시각 지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동작 인식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송한찬, 이민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자체 개발한 멤리스터 소자와 저항만으로 물체의 동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인식하는 곤충 시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구현해 냈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곤충의 신경 회로

최근 온 디바이스(On-device)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하기 위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엣지 컴퓨팅은 휴대폰과 같이 사용자의 장치에서 컴퓨팅을 하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있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 센서와 메모리, 연산 장치로 분리되어 연산 과정에서 상당한 데이터 트래픽이 필요하고, 데이터 대역폭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비교적 작고 간단한 뇌와 시신경계로도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곤충의 신경 회로를 참고했다.

곤충의 시신경계는 크게 망막과 시신경절로 구성되어 있다. 시신경절에는 기본 동작 감지기(Elementary Motion Detector, EMD)라는 신경 회로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Tm3, Mi1, T4 신경세포(뉴런)가 속해 있다. 그중 Tm3 뉴런은 신호 전달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Mi1 뉴런은 신호를 즉시 전달한다. T4 뉴런은 Tm3와 Mi1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전달받아 신호를 발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 뉴런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연결되면 물체의 동작 방향에 따라 시신경계에 신호가 들어오는 순서가 달라지며, 그 결과 물체의 동작을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곤충의 시신경계를 모사한 동작 인식 과정 (김경민 교수 제공)
곤충의 시신경계를 모사한 동작 인식 과정 (김경민 교수 제공)

곤충의 뉴런을 모사하는 멤리스터 소자와 동작인식 소자의 기능

연구팀은 멤리스터(Memristor)를 이용하여 곤충 시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구현했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로, 입력 신호에 따라 소자의 저항 상태가 변하는 전자 소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두 종류의 멤리스터는 Tm3와 T4 뉴런을 모사하여, 각각 신호 지연과 신호 통합 및 발화 기능을 수행한다.
동작 인식 소자는 이렇게 개발한 두 종류의 멤리스터와 저항이 포함된 와이(Y)자 형태의 회로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입력 신호가 신호 지연 역할을 담당하는 멤리스터와 저항에 서로 다른 시점에 인가되면, 신호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이 일어나 EMD가 방향선택성을 가질 수 있다.

머신 비전 시스템에서의 활용 가능성

연구팀은 개발한 동작 인식 소자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차량 경로를 예측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소자를 적용한 동작 인식 소자와 공간 풀러, 신경망으로 구성된다. 동작인식 소자는 물체의 움직임을 인지하여 영상 데이터에서 물체의 움직임 정보를 추출한다. 이렇게 처리된 정보는 공간 풀러에서 전압으로 변환되고, 여기에서 통합된 정보가 신경망에 공급되어 기존 대비 적은 에너지로도 사물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곤충 시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전자 소자로 모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개발한 동작 인식 소자는 에너지 사용이 제한적인 웨어러블 소자만이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차량 운송 시스템 등 비전 시스템을 적용하는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팀은 시신경 외에도 다양한 감각 신경을 모사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연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을 만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불확실성인 것 같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을 익히고,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연구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보통은 실패라고 이야기하지만,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이므로 그때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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