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유호정 기자
일러스트 | 유호정 기자

1997년, 영국에서 양 한 마리가 태어났다. 다른 평범한 양과 구분 짓기 위해 이 양에게는‘돌리’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돌리’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양과 다르게 체세포 복제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양을 복제하여 탄생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수한 가축의 체세포를 복제할 목적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사용 목적이 다소 변경되어, 최근에는 희소 가축이나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려는 시도에 주로 쓰인다. 영국에서 태어난 이 한 마리의 양이 2024년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복제동물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복제동물을 만드는 기술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체세포 복제는 적합한 체세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복제의 효율과 성공률은 선택된 체세포의 종류와 상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복제동물을 만드는 이 첫 단계는 몹시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선택되는 체세포는 일반적으로 태아나 출생한 개체의 체세포이다. 특히,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경우에는 임신 35일령의 태아를 적출하여 태아의 신체 조직에서 체세포를 추출한다. 어느 시점의 어떤 체세포가 복제동물을 만들 때 유리한지에 대한 답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태아의 귀 조직으로부터 생산한 섬유아세포를 사용한다. 

선택된 체세포의 핵은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된다. 탈핵이라고도 불리는 난자의 핵 제거 과정에는 핵 주위의 세포질을 제거하거나, 미세 유리침으로 핵과 주변 세포질을 추출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 과정은 세포질에 남아있는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구조 및 DNA에 손상을 가할 수 있어 동물 복제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가축 복제의 경우, 이 난자는 도축장에서 채취한 난소를 체외 성숙하여 사용한다. 난자의 성숙도 역시 복제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체세포분열 중기의 난자가 종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률이 높은 관계로 주로 채택된다. 앞선 과정에서 추출한 체세포의 핵은 탈핵을 위해 난자에 만들어졌던 절개 위치에 이식된다. 쥐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는 삽입된 체세포 핵과 난자를 융합하기 위해 세포에 작은 전기 충격을 주는 전기 융합법이 사용된다. 

성공적으로 체세포의 핵과 난자를 융합했다면, 생성된 핵이식 수정란을 배양하고 대리모에 이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단계는 종에 따른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종에 따라 대리모에게 이식하기 전까지 수정란이 성숙되어야 하는 정도나 수정란을 배양하기 위해 사용되는 배양액의 성분 등이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돼지의 경우, 핵 이식 후 24시간 이내의 배양을 거친 수정란이 즉시 이식되지만, 소는 배반포 단계까지 체외에서 배양이 진행되고 나서야 이식이 가능하다. 

복제동물은 ‘누구’인가

복제 대상이 된 동물과 복제동물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동일한 DNA 쌍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이론상 그들은 같은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쌍둥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체세포 배양 중 나타날 수 있는 돌연변이, 체세포 복제 조작 과정 및 재구축 수정란의 배양 과정 등 체세포 복제를 하는 모든 단계가 변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중에서 이들의 차이를 가장 크게 발생시키는 것은 DNA 메틸화 이상이다. DNA 메틸화는 유전물질의 전사와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생화학적 과정으로, 이 단계의 이상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완전히 다른 개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체세포 복제의 생산율은 0~5% 정도로 몹시 낮으며, 복제 실패가 발생하는 일련의 원인을 ‘복제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 이상 증후군의 예로는 높은 유산율, 임신기간의 지연 그리고 분만 초의 높은 폐사율 등이 있다. 이런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태반 안의 주 조직적합성 복합체 항원 등이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물론 복제동물이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오더라도 생존율은 높지 않다. 뉴질랜드에서 1997년 이후 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진 133마리의 송아지 중 3개월도 살지 못하고 죽은 개체가 33%로, 3마리 중 1마리는 생존하지 못한 격이다. 송아지의 폐사 원인으로는 근골격계의 이상과 부종이 주요했는데, 복제 소와 건강한 일반 소의 혈청을 생화학적 및 혈액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눈여겨볼 점이다. 혈청 외에도 성장 곡선이나 건강 상태, 그리고 도축했을 때 얻는 고기의 안전성에 있어서도 복제동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동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복제동물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복제동물은 많은 산업적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체세포 복제 기술을 사용하여 멸실 위기의 백한우를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우종의 보존은 재래 한우의 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에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수 목적견의 복제 생산에 체세포 복제 기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복제동물이 상업적 활용으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반려동물 복제이다.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일종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수치이다. 일례로 인도에서는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막대한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는 동안 반려견의 수 역시 58% 증가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동물들에게도 돈과 애정을 쏟을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2020년 한 해에만 반려동물에게 1,036억 달러를 썼다는 수치만 보아도 전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마음을 준 반려동물은 언젠가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되어 있다. 이때 친구처럼, 가족처럼 반려동물을 믿고 사랑하던 보호자가 겪는 상실과 슬픔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펫로스 증후군을 배부른 사람들이나 떠는 유난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펫로스 증후군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그들이 남긴 반려동물 미라의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동물 미라와는 다르게 조각된 석관이나 평소 좋아했던 음식과 목걸이 등이 함께 묻혀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가끔은 동물의 이름이 벽에 적혀있거나 인간과 동물을 함께 묘사한 그림이 발견되기도 한다. 육체를 영혼의 집이라고 생각해, 사후에도 온전하게 보존된 육체가 있다면 성공적으로 지하 세계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상을 엿보면, 그들이 얼마나 반려동물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다.

2024년 대한민국, 그들은 살아있다

올해 초, 반려견을 잃은 상심으로 괴로워하던 한 유튜버가 반려견을 복제한 것이 크게 논란이 되며 반려동물 복제 사업이 우리나라에도 가시화되었다. 반려동물 복제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고안된 사업으로, 작년 여름부터 황우석 박사와 협업하여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7천만원 이상의 거금을 필요로 하지만 죽고 없어진 반려동물을 다시 곁에 둘 수 있어서 투자한 금액 이상의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큰 금액이 부담스러운 보호자를 위해 40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관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만큼, 반려견 복제의 미래가 머지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복제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 복제가 크게 이슈가 된 이후로 동물 보호 단체들은 반려동물 복제 업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동물에게 광범위한 고통을 강요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 체세포 복제를 하기 위해서는 체세포와 난자를 따로 채취해야 하며 수정란을 이식할 대리모 역할의 개도 필요하다. 각각의 과정은 실패율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몇십 마리 이상이 되는 개의 희생이 강요되고 그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한다. 또한 한 번에 다섯에서 여섯 마리가량의 새끼를 낳는 개의 특성상,‘요청’되지 않은 새끼의 처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태어난 복제동물에게 여러 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되어 그들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복제동물을 규제할 현행법이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실험실에서의 복제동물만이 지금까지의 고려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상업적 목적의 복제동물까지 생각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의 상실감과 자칫 잘못했다간 고통받을 수 있는 많은 동물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슬기로운 해결 방안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 | 유호정 기자
일러스트 | 유호정 기자

참고문헌
체세포 복제기술 현황과 산업적 활용(성환후, 2015)
<아는 동물의 죽음>, E.B. 바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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