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 - 「부처스 크로싱」, KAIST 사서 추천 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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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은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등의 소설을 통해 잘 알려진 존 윌리엄스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하버드에 3년간 다니던 윌 앤드루스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떠나며 시작된다. 앤드루스는 맥도날드가 제안한 수입이 보장된 일자리를 거부하고 사냥꾼 밀러를 만나 위험한 들소 사냥을 나서기를 선택한다. 이들은 빠른 사냥을 위해 강을 따라 가길 마다하고 물이 한 방울도 없는 황량하고 광대한 대지를 따라 길을 나선다. 사냥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온몸에 짜릿함과 투지를 느꼈던 앤드루스는 밀러, 찰리, 슈나이더와 함께 기괴하고도 잔혹한 사냥을 하던 중 점차 이성의 끈을 놓고 미쳐간다.

서부 영화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익숙하지 않을 부처스 크로싱과 로키 산맥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는 겉으로 보면 한국의 독자와 정말 먼 이야기 같다.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아주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네 사냥꾼은 그들을 무너뜨리는 온갖 풍파를 견디며 끝없이 사냥을 이어간다.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을 압도한다. 거대한 자연은 그들의 감정에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사냥의 험난함까지 더해지며 사냥꾼들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드러낸다. 본능을 좇는 이들을 통해 독자 역시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독자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은 매우 값지고 특별하다.

앤드루스와 같이 모든 고민과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소설의 첫 장부터 속절없이 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저자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서술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서부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장엄한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평생 보지 못할 마을을 머리 속에 생생히 그려낼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설명은 소설에 흡입력을 불어넣는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내가 사냥의 제5의 멤버가 된 양 자유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곱씹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정말 많은 책이다. 독자가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자연이 그러하듯 차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화려하지만 담백하고 장엄하면서도 부드러움이 가득한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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