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애덤스, 마크 카워다인 -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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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는 유명한 환경 운동가이기도 했다. 애덤스와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은 1985년 마다가스카르의 아이아이 여우원숭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멸종위기종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떠났다. 총 아홉 종의 멸종위기 동물을 야생에서 마주하며 남긴 기록은 1989년 BBC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발표되었으며, 이듬해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4일,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제목으로 초판본이 공개되었다. 

애덤스와 카워다인의 여정에서 목표했던 동물을 관찰하는 시간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 동물에 다가가기 위한 시간은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책의 서술도 이에 발맞춰, 두 눈으로 본 동물에 관한 묘사보다 온갖 벌레에 시달리고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며 상상한 동물에 관한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그렇게 멸종위기종 동물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인간의 본성, 비인간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환경보호 등 넓은 주제로 자연스레 뻗어나가는 애덤스의 고찰은 인상적이다. 쉽지만 명확하게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특유의 유머 감각도 빠뜨릴 수 없다. 엔진 소음이 가득한 강에 살게 된 양쯔강 돌고래의 상황에 베이징과 상하이에 처음 온 인간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하는 등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사용하면서도 그 상상에 공감하지 못하는 카워다인의 반응을 그대로 전달하여 생동감을 더한다.

동물에 관심이 많거나 적은 모두를 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은 실제로 멸종위기종 보호에 힘이 되었다. 책에 소개된 동물 중 양쯔강 돌고래처럼 멸종해 버린 종도 있는 반면, 답사 당시 5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던 뉴질랜드의 카카포 새는 2022년, 252마리로 집계되며 멸종위기종 보호의 좋은 예로 알려졌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멸종위기종을 애정 어리게 묘사하고 사진으로 알리는 사람이 있었기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동물에 관한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추가적으로 책의 마지막 여섯 장에는 여정 중 찍은 컬러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글이 충분히 담지 못하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녀석은 시대에 뒤떨어진 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커다랗고 둥그런 녹갈색 얼굴을 보고 있으면,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녀석을 끌어안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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