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아메리스 - 「초콜릿 로맨스」, KAIST 도서관 이달의 DVD

(주)로튼토마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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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자주 인용되곤 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다. 〈초콜릿 로맨스〉는 이 말에 대답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 작품은 부도 위기에 처한 초콜릿 공장의 사장 장-르네 반 든 허그드(브누아 포엘 부르드 분)와 쇼콜라티에 안젤리크 드랭(이자벨 카레 분)이 초콜릿 공장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둘 사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주인공 장과 안젤리크는 관계에 서툴어 종종 엉뚱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영화의 원제 Les Emotifs anonymes(감정적인 익명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예민한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탓이다. 소심한 안젤리크는 실수로 외판원으로 일하게 되지만, 차마 잘못 알았다고 말하지 못하며 일을 계속한다. 비슷하게 장도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해 사소한 일에도 쉽게 긴장한다. 아무에게나 저녁을 권해보라는 의사의 조언에 얼떨결에 잡은 식사 자리에서 그는 결국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서툰 모습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는 조금은 이상해 보일 수 있는 그들의 실수를 힐난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다정하게 수용한다. 이런 분위기에선 감정에 솔직한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많은 작품이 주인공의 미성숙함을 성장의 방해물로 다루는 것과는 대비된다.

영화가 이들을 표현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다정한 말을 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영화에 등장한 두 대사, “잘못된 레시피는 없다”와 “다양한 정도의 쓴맛이 초콜릿을 구별되게 한다”는 정말 의미심장하다. 이는 <포레스트 검프>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도, 혹은 등장인물과 관객을 향한 다정한 응원으로도 읽을 수 있다. 달콤한 초콜릿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작품은 초콜릿의 쌉쌀한 뒷맛처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이 영화는 2016년 서울국제음식영화제의 특별전, ‘프랑스의 맛’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아 현재 찾아보긴 어렵지만, 우리 학교 학술문화관(E9)에서는 만날 수 있다. 초콜릿이 떠오르는 날이나 하루를 살아갈 힘이 필요한 날,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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