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민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2월 28일 개봉 ~ 현재 상영 중(주)판씨네마 제공
2월 28일 개봉 ~ 현재 상영 중(주)판씨네마 제공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재기발랄한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초등학생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여러 어른, 친구, 그리고 막걸리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룬다. 어린이가 툭툭 던지는 삶에 관한 깊은 질문은 어른의 가슴에도 박힌다. 전체 연령가 영화인 만큼 자극적인 연출이 없는데도 쉴 틈 없이 달리는 참신한 시나리오 덕에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다. 

유독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주인공 동춘(박나은 분)은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사교육의 중심에서 자라게 된다. “왜”라는 질문에 학원이 하나씩 늘어난다는 걸 깨달은 동춘은 궁금증이 생기면 어른에게 질문하기보다 혼자 생각하는 전략을 택한다. 그러던 중 학교 수련회에서 막걸리가 동춘 앞에 나타난다. 동춘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페트병에 담겨 있던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를 자신의 ‘아침햇살’ 음료수병에 옮겨 담는다. 막걸리를 바라보며 공상하던 동춘은 이 전통주가 자신에게 페르시아어 모스부호로 말을 걸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영화는 동춘이 막걸리가 알려준 대로 행동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이, 막걸리, 페르시아어,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잇는 시나리오는 김다민 감독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감독은 휴식기 동안 평생학습관에서 들었던 전통주 수업과 동네를 산책하던 중 봤던 학원 버스가 아이디어의 기폭제였다고 말한다. 사랑스러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소재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캐스팅이 어려웠다는 동춘 역 박나은 배우의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담담한 얼굴과 생각이 많은 눈빛이 대사를 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동춘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어른 역을 맡은 건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다. 실제 있을 법한 젊은 엄마를 충실히 표현한 박혜진 배우와 블랙 코미디적 장치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김희원 배우가 영화에 현실성과 무게를 더한다.

막걸리가 말을 건다는 초현실적인 소재는 예상외로 관객의 공감을 얻은 한편, 영화의 마무리는 호불호가 갈린다.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만큼, 다음 작품에 관한 기대 평도 많다. 개봉 4주 차인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수도권 일부 멀티플렉스와 전국 예술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으니, 영화가 내리기 전 극장에서 결말을 확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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