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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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미술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 30일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故 오승우 화백(1930-2023)의 대표작 21점을 기초과학연구원 KAIST 캠퍼스(E22)에서 전시한다. 오 화백은 생전 각 지역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지만, 충청권에서의 기증작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 화백의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대표작을 주제별로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아버지의 작품 세계가 더 알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의 의지가 반영되어 더 의미가 깊다.

친숙한 현실을 환상에 버무리다

오 화백의 작품에는 환상적이고 화려한 색채가 가득하다. 꿈속의 한 장면 같은 그의 그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이질적이지는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이지만 왠지 익숙하고 따뜻하다. 독특하면서 그리운 조형물 사이에서 그가 담아내려고 했던 것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화다.

오 화백은 ‘전통의 근원에 대한 탐구’ 및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상향의 추구’를 주요 화두로 삼고 다양한 소재를 화폭에 옮겨 왔다. 그는 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집중하여 작품을 내는 연작 형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시대별로 달라지는 주제에 따라 작품을 구분하여 감상할 수 있다.
1950년대에는 불교 소재를 중심으로 그림을 그렸다.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60년대에는 사실적인 소재를 잠시 내려놓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담은 공상의 세계를 그려 나갔다. 70년대에 들어서는 다시 현실 세계에 집중했다가 80년대에는 전국 130여 개 산을 직접 오르내리며 전국의 명산 100곳을 그려냈다. 90년대에 오 화백은 동양 각국을 여행하며 서양에 뒤떨어지지 않는 동양의 장엄하고 찬란한 고건축물을 화폭에 담아낸 <동양의 원형> 연작을 발표하였다. 2000년대에는 과거 가졌던 비현실적 소재에 대한 관심을 ‘십장생도’로 새롭게 표현하며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 화백의 작품 중 1960년대 <요정> 다섯 점, 1980년대 <한국의 100산> 세 점, 1990년대 <동양의 원형> 네 점, 그리고 2000년대 <십장생도> 아홉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주제별로 오 화백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작 21점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오 화백의 지속적인 탐구를 느낄 수 있다.

오승우 화백에 관하여

오승우 화백은 한국적 인상주의의 선구자 故 오지호 화백(1905-1982)의 장남이자 故 오승윤 화백(1939-2006)의 형이다. 호남을 대표하는 미술 명문가 출신인 오 화백은 조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그림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는 한국 미술계의 등용문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4년 연속 특선을 이어가며 31세에 최연소 추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1980년대에 접어들자 그는 안구 장애와 눈 수술이라는 불운을 마주하게 되었다. 예술가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어려움에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간 오 화백은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담은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한국 미술의 대가이자 구상주의 미술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오 화백은 화가로서 이른 성공을 이루어 냈지만,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주제를 탐색하였다.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쏟아내어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 오 화백은 아버지를 따라 한국의 전통과 정신세계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KAIST에서 만나는 대가의 세계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의 3남인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오 교수는 변화·통일·조화를 오 화백이 생전에 강조한 회화의 3요소라고 설명하며, ‘현실에서 변화를 주어 만들어낸 대상의 비사실성이 서로 조화롭게 결합하여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기본 이론을 언급했다. 세 개의 요소가 오 화백의 작품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관찰하면서 감상한다면 더욱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작품이 전시된 1층 로비에는 21점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오 화백이 지인들에게 보낸 연하장과 한국의 명산 100곳을 그린 책이 전시되어 있다. 연하장은 오 화백이 그린 십이지로 장식되어 있다. 또한, KAIST 브랜드숍에서는 오 화백의 작품을 담은 실크 스카프 및 오 화백과 유희영 화백의 작품이 담긴 벽걸이 달력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은 KAIST 브랜드숍 오프라인 매장(학술문화관(E9) 1층) 및 온라인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몽환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오 화백의 작품은 비현실적인 표현과 어우러지면서 은은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며 독창적인 세계를 남다른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정문을 통해 건물에 들어가면 보이는 로비에 전시된 작품들은 특별한 절차 없이 평일 낮에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한 차례 연장되어 올해 8월 30일까지다.

장소 | 기초과학연구원 
        KAIST 캠퍼스(E22) 1층 로비
기간 | 2023.12.04.~2024.08.30.
요금 | 무료
시간 | 평일 10시~17시 
        (공휴일 제외)
문의 | 042-350-1841~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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