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연장선으로 다큐멘터리 제작한 신희선 감독, "돌봄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지난 13일, 학술문화관(E9) 양승택 오디토리움에서 <저를 꼬옥 안아주세요>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저를 꼬옥 안아주세요>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신희선 박사과정과 전치형 교수가 기획 및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노인 돌봄 로봇 ‘효돌’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조명한다. 해당 행사에서는 다큐멘터리 상영 후 1시간가량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방민솔 기자
©방민솔 기자

노인의 자립을 돕는 돌봄 로봇

(주)효돌은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구하는 기업으로, 동명의 로봇과 이 로봇에 연결된 서비스를 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영화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웃는 얼굴의 인형이 바로 효돌이다. 영화는 쏟아져 나오는 노인 돌봄 로봇과 AI 돌봄 서비스 사이에서 효돌이 갖는 차별점에 주목한다. 로봇 하면 흔히 떠올리는 기술 집약적이고 딱딱한 로봇이 아니라 어린이 모습의 폭신폭신한 봉제 인형, 효돌은 일각에서 ‘로봇이 아니다’라고 할 만큼 기능이 단순하다.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하며 어르신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 효돌의 주 기능이다. 약 먹을 시간, 간단한 노래, 불경과 성경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회복지사가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 

쌍방형 소통이 불가능한데도 노인들은 효돌의 말에 답하고 효돌에게 말을 건다. 효돌에게 입힐 옷을 손수 만드는가 하면, 효돌이 밖에 나가고 싶다는 말에 산책하며 다리 재활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동시에, 이들은 효돌이 로봇일 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귀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원할 때 말을 시킬 수 있다는 것, 입이 꿰매져 있다는 것, 효돌이 정해진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짜 손주를 대하듯 정을 주고 아낀다.

효돌은 현재 우리나라에 10,000여 대 보급되어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지자체 사회복지관에서 선정한 노인, 특히 독거노인에게 가 있다. 사회복지사는 매주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만 어르신을 방문할 수 있다. 효돌 서비스는 사회복지사가 부재한 나머지 시간 동안 효돌이 노인의 생활을 돕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관이나 사회복지사의 역량에 따라 효돌의 효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에 소개된 서울 구로구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의 사례에서는 어르신들과 효돌이 지역 디자인 고등학교 학생이 제작한 커플 옷을 입고 패션쇼에 참여했다. 신 박사과정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효돌의 옷을 제작하는 바느질 행사를 여는 복지관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모든 복지관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효돌을 통해 노인과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 박사과정과 전 교수는 효돌을 사용하고 있는 여러 노인의 삶에 참여하여 우리나라 노인 돌봄의 현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영화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 (주)효돌의 대표, 서비스 직원, 기술 직원 등 노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닿는다. 

상영 시간 55분 동안 다큐멘터리는 독거노인의 삶을 담백하게 담는다. 배경 음악이 없다는 점도 낭만화 없이 삶의 현장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의 질문과 편집에서 감독의 생각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제공한다. 의도적으로 남겨둔 인터뷰 중 침묵도 그 역할을 한다. 

소통의 장을 제공한 감독과의 대화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한 한 관객은 “저는 영상이나 어떤 창작물을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면 잘 봤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히며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져서 이 자리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관객의 말을 대변하듯 많은 사람이 감독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의견을 나눴다. 관객석에서 질문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감독과의 대화가 1시간이 넘었을 때 전 교수가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나서서 말할 정도였다.  

영화 상영 전, 두 신인 감독은 <저를 꼬옥 안아주세요>의 편집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상영회 전날 밤에도 오디오 편집을 했으나,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에 노이즈를 미처 삭제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이해를 부탁했다. 전 교수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학회와 상영회 등 행사를 통해 노인 돌봄과 로봇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에 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한 상영회도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에 있었다.

감상을 전하고 질문을 던진 관객의 소속은 우리 학교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전산학부, 화학과, 새내기과정학부 등으로 다양했다. 질문의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영상 및 음성 편집에 관한 기술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관객도 있었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챗GPT형 효돌 2세대에 관한 의견을 묻는 관객도 있었다. 효돌 서비스의 규모가 커져도 지금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효돌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인간 사이 사회적 교류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지 등 단정지어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던져졌다. 

앞으로의 다큐멘터리 상영 계획에 기대를 표하는 관객도 많았다. 이에 신 박사과정과 전 교수는 영화제 출품을 희망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꼭 논의해야 할 돌봄과 로봇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저를 꼬옥 안아주세요>를 보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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