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서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에 채 돌도 되지 않았을 때 첫 야구장을 갔고, 매일 저녁이면 야구 경기를 보는 것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야구는 ‘서민 스포츠’, ‘대중 스포츠’라고도 불릴 만큼 유난히 큰 관심을 받는 스포츠이다. 1982년 6개 팀으로 출범되면서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청소년이었던 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녀들을 야구장에 데려가던 2000년대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더불어 한마디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프로야구도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인기가 식어갔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가던 아이들은 야구장 대신 학원을 가기 시작했고, 여럿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각자 핸드폰으로 OTT를 시청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렇게 야구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적어졌다.

프로야구 흥행 부진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팬들의 유입이 없다는 것이었다. 야구가 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스포츠로 느껴지지 않을까? 야구가 현대인들에게 매력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구는 어렵고, 지루하다. 골대에 공을 넣으면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만 알면 경기를 볼 수 있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야구는 점수 하나 올리는 것조차 간단하지 않다. 야구 규칙을 전혀 모른다는 친구들에게 규칙을 간략히라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구를 모르면 모를수록 더욱, 지루하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만 상황이 시작되고, 그조차도 역동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와중에 투수나 타자의 준비 시간과 이닝 교대 시간 등 쉬는 시간은 너무 많다. 10분이 넘는 유튜브 영상도 보기 지루해 1분 이내의 숏폼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한 경기에 3시간이 훌쩍 넘는 야구는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야구 규칙을 바꿀 수는 없는 법. 그래서 KBO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안했다. KBO는 올해부터 준비 시간에 제한을 두는 ‘피치클락’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시범경기 시행 결과 경기 시간이 확실히 단축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재미있는 장면들로 숏폼을 만들거나, 야구장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등의 컨텐츠를 늘리고, 각 구단도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등 여러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통한 것인지 최근 젊은 세대 중에서는 야구장을 놀이공원처럼 하나의 컨텐츠로 여기며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끔은 특정 야구선수를 연예인처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야구는 2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앞서 언급한 피치클락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여러 규칙과 제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모바일 중계의 변화이다. 기존까지 네이버(NAVER) 등의 여러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던 모바일 중계 방식과 달리, 올해부터는 티빙(TVING)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가져가면서 모바일 중계의 유료화를 결정한 것이다. 일상 중에 핸드폰으로 모바일 중계를 챙겨보는 것이 익숙하던 야구팬들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당연하게 무료로 시청해오던 것을 갑자기 유료로 시청하라니, 팬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시범경기 중 티빙의 중계가 상당히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중계권만 챙기고 실제 중계를 위한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티빙이 스포츠 중계를 해본 적 없다고 하더라도, 프로야구라는 큰 컨텐츠를 다루면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니.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배려와 시청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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