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지난달 26일,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및 제52대 대학원총학생회 <NON-STOP>(이하 원총)의 주최 아래 우리 학교 대강당(E15)에서 학교 본부와 학생 사이의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지난달 16일 학위수여식에서 있었던 피켓 시위 강경대응 논란과 관련하여 학교의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질의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계획되었다. 사전에 이메일을 통해 안내된 바와 같이 간담회는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학교 본부 사이의 간담회로 학생 외의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자 학생증 확인 과정이 선행되었으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해 오후 7시부터 시작한 간담회의 폐회 시간을 정하지 않고 학생 자유 발언 종료되었던 자정 무렵 폐회했다. 

간담회에는 학교 본부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우리 학교 이균민 대외부총장, 이수진 학생정책처장 겸 학생생활처장, 차기 학생생활처장을 맡을 수리과학과 정연승 교수, 차기 학생정책처장을 맡을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김영철 교수가 참석했다. 간담회는 전성원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의 진행 아래 우선 학위수여식 소동과 관련한 학교 입장을 이 부총장의 설명을 통해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부총장은 “우리 학교의 상당 부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라며 “우리는 공부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책무가 있고, (KAIST는) 국민을 실망시키면 힘들어지는 (위치에 있는) 학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부총장은 “우리나라가 요즘 정치적으로 너무 갈라져 있다”라고 지적하며 “반대적인 발언을 했을 때 들어주고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며 학위수여식 당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또한 “자기의 정치적인 신념이 있어 이런 걸(피켓 시위) 하려면 밖에서 1인 시위를 했으면 대부분의 졸업생들이나 가족은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도 있다”라는 한편, 우리 학교 교수협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성명을 안 내기로 한 상황을 언급하며 “학교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학교가 공격을 받을 수 있어 (공식 입장을 내기) 굉장히 조심스럽다”라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총장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본지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비슷한 질문을 묶어 문답 형식으로 간담회에서 오간 대화를 가급적 그대로 정리했다. 학생들의 질의 및 의견 개진은 진한 글씨로, 학교 측의 답변은 연한 글씨로 표시했다. 

<졸업식 당일 사건에 관하여> 

학교 측에서 대통령실에 아예 졸업식을 맡기는 것이 정당한가? 공동으로 협의해서 진행할 수는 없었나? 

이 부총장: 졸업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영광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 KAIST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 번 온 뒤, 윤석열이 대통령이 이번에 오게 되었다. 학교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학교 전체 구성원의 이익을 볼 때,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왔을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이 오게 되면 프로토콜에 따라서 대통령실 등에서 (경호 및 행사 운영을) 결정하기에 학교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 

보안 조치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았다. 편지를 뜯어서 확인하거나 퀴어 관련 서적을 꺼내지 않을 것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주는 등 사상 검열이 있었다고 안다. 이 부분에 관해서 파악한 바가 있는가? 

이 부총장: 자세한 것은 모른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니 검색 조치는 있었을 거 같다. 보통 생각하는 보안 검색 정도의 조치가 있었다고만 알고 있다. 

학생이 끌려 나갔는데 아무도(보직자) 내려가서 상황을 파악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이 부총장: 경황이 없었다. 단상에 대통령을 비롯한 내빈도 있고 학교 관계자들도 있어 내려갈 생각을 못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 단상 바로 앞이 아니라 상당히 뒤쪽 코너라 상황 판단이 잘 되지 않기도 했다. 

이 정책처장: 파악한 뒤 액션을 빨리 취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지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찰나의 순간에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서 대응할 수 없었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학교 측의 입장이 언급되기도 했다. 일례로 모 언론 보도에서 신민기 학우가 대통령의 학위수여식 참석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대학 측은 본다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실제 대학 측의 입장이 맞나? 

이 부총장: 시위한 학생이 대통령 참석 여부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본인도 모른다. (행사 전)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 정책처장: 아무도 그런 인터뷰 받은 바 없다. 그렇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 

이 부총장: 이 사안뿐 아니라 일부 언론 등에서 교수협의회에서 (성명 발표에 대해) 투표하고 나온 결과를 잘못 쓰기도 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학교가 따지고 들면 일이 커질 것 같아서 학교가 입장 표명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게 해당 부분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건에 관한 학교의 의견>

본 간담회 이전까지 학교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 

이 부총장: 공식적으로 대응 안 하는 것으로 안다. 

학교 측이 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다는 결정을 내린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가? 

이 부총장: 모든 결정은 보직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했다. 이후 결정사항을 결재 선상에서 마지막으로 총장이 확인했다. 부총장단 회의를 통해서 의견을 모은 뒤, 최종적으로 총장 재가를 받아 결론 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의결 과정에는 학사 운영 지침상 근거가 있는 것인가? 

이 부총장: 이번 건과 같은 경우에는 누구 담당이라는 것이 불분명하다. 이러한 경우 부총장 3명과 더불어, 기획처장, 교육처장 등 처장들의 참여 아래 의견을 나눴다. 이후 부총장단 회의에서 이런 의견이 있다고 총장에 의견을 개진하면 총장이 동의할 경우 그대로 가고, 아닐 경우 서로 협의하여 결론을 내리는 체제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이 끌려나간 것에 대해서 절차의 정당성이 있는가? 이에 대해서 보직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 부총장: 경호원의 입장이랑 단상에 있던 교수의 입장이 다를 거다. 교수들의 입장이나 유능한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이야기할 거 다 이야기하고 내보냈을 것이다. 우리 학생을 이렇게 졸업식장에서 내보내는 것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교수는 아무도 없을 거다.  

다만 이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반대 급부로 (학생이) 잘못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한 쪽에서 잘못한 측면을 부각해서 이야기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반대쪽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이런 의견을 피력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업무방해죄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알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이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이 정책처장: 경찰서에서 학교 입장을 물어봤고, 이때 학교에서는 업무방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학생을 처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부분을 경찰서에 전달했다. 

본 사안을 국가 권력에 의해 우리 학교 졸업생이 폭행을 당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볼 수 있나? 

이 부총장: 학교 입장을 대변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애매하다고 본다. 과거 본인이 고등학교, 대학교 시기 데모나 시위를 했을 때 봤던 것과 지금 시기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지금 시기에 판단하자면 폭행에 가깝게 심하게 끌고 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본인의 대학 생활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굉장히 얌전하게 끌고 나간 것이다. 

본 사안에서 우리 학교 졸업생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건가? 

이 부총장: 침해된 사항도 있다고 본다. 

일반적인 인권침해 사안과 본 사건을 달리 취급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 부총장: 개인적으로는 인권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호가 안 되었다고 하면 이에 대해서 항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본 사안은 인권적인 측면만으로 학교가 성명을 낸다는 것이 어렵다. 우리가 순수하게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었으니 사과하라 요구했을 때, 사회적 파장이 없으면 좋은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학교의 피해로 돌아오기에 (성명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피켓 시위를 하던 이가 당적이 없는 경우였다면 학교의 대응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가? 

이 부총장: 당직이 없고 정치적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면 지금이랑은 입장이 달랐을 것 같다. 

문재인 정권에서 비슷하게 탈원전 정책에 항의하며 졸업생이 끌려나갔다고 하면 학교의 대응은 비슷했을 것인가? 

이 부총장: 거의 비슷했을 것 같다. 무슨 당이라고 학교에서 대응하고 대응하지 않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탈원전 정책도, R&D 예산 삭감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대응에 관해서>

우리 학교 보직자 교수진이 본 사건을 파악하고 대응한 경위와 학생회와의 소통이 부재했던 상황에 대한 소명을 듣고 싶다. 

이 부총장: 학생회랑 소통이 일절 없던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열려 있고 (소통을) 피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지난달 22일)에 시위하는 것(총학이 설치한 학위수여식 강경대응 관련 항의 천막)을 보고 학생들과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앞으로도 할 이야기가 있다면 (학생은) 언제든지 (학교에) 이야기하고, 반대로 학교 측도 학생회를 통해 (학생에게) 이야기하고 계속 소통하면 된다. 학교는 당연히 학생을 보호한다. 

그날(학위수여식 당일)은 단상에 있어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보고받고 뉴스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정당 활동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각 신문사에 본인이 시위하기 전에 연락해서 보도해달라 요청한 부분 역시 파악했다. (시위자가) 유성경찰서까지 갔다가 본인 변호사랑 귀가했다는 부분 역시 파악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엮여 있는데 학교가 단순히 졸업생이고 학생이라서 한쪽 편을 드는 것보다는 중립을 지키는 게 맞다는 의견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교수로 일하는 김도형 동문 같은 경우에는 사유 종교 집단인 JMS와 마찰을 많이 겪어 KAIST에서 동문을 보호하기 위해 연대했다고 기억한다. 당시에는 정명석을 따르는 사람들이 없어 반발이 없었기에 KAIST가 연대했던 것인가? 반면 지금은 그런 반발이 있기에 기계적인 중립을 지킨다는 것인가? 

이 부총장: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우리 구성원 내에서도 그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이고 다른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이면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졸업생을 들고 나간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학위수여식장에서 자기의 목적을 갖고 시위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기에 학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 

학생사회의 요구는 시위의 정당성이 아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을 강제로 끌고 나가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이야기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을 때의 위협을 우려하여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국가기관이나 권력 집단이 KAIST 구성원에 대해 이렇게 행동에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길 우려도 있다. 이 점이 충분히 고려가 된 건지 알고 싶다. 

이 정책처장: 학생들 입장에서 안 좋은 상황이었다. 정서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고 학교에 대해서 빠른 대응을 기대했을 것인데 이 대응을 충족 못 시킨 점에 대해서 일단 사과드린다. 그러나 이번 학위수여식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오는 상황은 준비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오고 퇴장하기까지 학교가 아닌 경호처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학교 측이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추후 대응과 관하여>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으로 공식 성명 외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정리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을 학교에 부탁하고 싶다. 

이 부총장: 이번주나 다음주 중으로 졸업식에 대한 리뷰를 할 예정이다. 어떤 상황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미팅을 갖기로 했다. 지금 현재 졸업식에서 잘못된 것들,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 대통령 등 어떤 인사가 참여하든지 프로토콜을 어떻게 학교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잘 준비할 예정이다. 또한 준비가 완료되면 학생회에게 알려줄 예정이다. 

학교에서 졸업식과 관련해 정보를 어떤 식으로 수집했나? 학생을 직접 만나거나 영상이나 사진 등을 수집했나? 

이 부총장: 직후에는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후에는 학교 측에서 조사하여 내부 파악이 되었다. 

김 차기 학생처장: 이에 대해서는 졸업생과 학교가 직접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파악한 내용과 졸업생이 실제로 겪은 내용의 정확성을 비교하기 위해서 대화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졸업생이 이가 다 공개되어도 괜찮다고 하면 확답하긴 어렵지만 공유할 가능성을 열어볼 수는 있을 거 같다. 

현재 이 간담회를 통해 정리된 이야기를 통해 추가적인 소통할 계획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할 생각인지 알고 싶다. 

이 부총장: 오늘 간담회에 대해서는 정리한 뒤,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미팅할 때 미진한 부분을 총장에 건의하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간담회를 통해 끝마치려는 건 아니다. 

이 정책처장: 지금 몇시간 동안 여기에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이것으로 무마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팔로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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