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변혜령, 백무현 교수 공동 연구팀:
Stabilization of Naphthalene Diimide Anions by Ion Pair Formation in Nonaqueous Organic Redox Flow Batteries - 「JACS」

우리 학교 화학과 변혜령 교수와 백무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난달 20일 유기 분자인 나프탈렌 다이이미드를 활물질로 사용한 비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레독스 흐름 전지를 구동하는 과정에서 비수계 전해질의 조합과 이온쌍의 형성에 따라 유기 분자의 전자 전달 과정이 변하는 원리를 밝힐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좌측부터) 화학과 변혜령 교수, 화학과 백무현 교수, 안성모 석박사통합과정, 손미나 박사.     변혜령 교수 제공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좌측부터) 화학과 변혜령 교수, 화학과 백무현 교수, 안성모 석박사통합과정, 손미나 박사. 변혜령 교수 제공

레독스 흐름 전지와 새로운 활물질 개발의 커져가는 필요성

최근 에너지 저장 장치에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레독스 흐름 전지가 리튬 이온 전지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레독스 반응(전기화학적 산화·환원 반응)을 가역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활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물이나 비수계 용매에 잘 녹을 수 있는 활물질을 사용하며, 외부의 펌프로 이들을 순환시키면서 레독스 반응이 완전히 진행되도록 한다. 레독스 반응을 통해 활물질은 전자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체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상용화된 레독스 흐름 전지는 바나듐 원소를 활물질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바나듐은 물리화학  및 전기화학적 특성이 고정되어 있어 에너지 저장 용량이 한정된다. 이와 함께 최근 바나듐의 원가 상승으로 바나듐을 대체할 새로운 레독스 활물질 개발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암모늄 기능기를 도입한 나프탈렌 다이이미드 유기 활물질

유기 레독스 분자는 바나듐을 대체할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데, 분자 설계를 통해 에너지 용량과 관련된 인자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화수소 원재료의 단가가 저렴하여 가격적인 면에서 장점도 충분하다. 연구팀은 바나듐 원소를 대체할 활물질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나프탈렌 다이이미드(Naphthalene diimide, NDI)를 활용했다. NDI는 한 원소 당 2개의 전자를 저장할 수 있어, 원소 당 1개의 전자를 저장할 수 있는 바나듐보다 에너지 용량을 약 두 배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NDI는 분자 간의 강한 π-π 결합으로 인해 용해도가 낮아 추가적인 분자 설계가 필요했다. 레독스 흐름 전지에서는 활물질의 용해도만큼 더 많은 전자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NDI의 용해도 향상은 에너지 저장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또 다른 필수적 과제였다. 연구팀은 양전하를 가지는 암모늄 그룹을 NDI에 도입하여 분자간 정전기적 반발력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 NDI의 용해도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레독스 흐름 전지에서는 용매와 전해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성 용질은 극성 용매에, 비극성 용질은 비극성 용매에 잘 녹는다는 특성처럼, 용매가 활물질을 얼마나 잘 녹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연구팀이 선택한 비수계 용매는 아세토나이트릴(Acetonitrile)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해질인 리튬 이온(Li+)과 포타슘 이온(K+)이다. 이온 쌍 형성이 전지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온쌍의 형성을 통한 안정성 확보 및 크로스오버 현상의 억제

크로스오버는 작은 활물질이 분리막을 지나 상대편 전극으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활물질의 농도가 감소하며 전지의 용량 악화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Li+를 사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는 이온쌍 클러스터 형성을 통해 약 1,000사이클 이후에도 84%의 용량이 유지되는 것을 증명했다.

NDI가 환원되어 음이온(NDI-)이 될 때, Li+은 용매 껍질을 깨고 NDI-에 접근하며 이온 쌍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이온 쌍 형성 과정은 라디칼의 NDI-를 안정화하며, NDI2-가 되는 두 번째 환원반응을 열역학적으로 촉진하여 두 환원전위의 차이가 가까워지게 한다. 특히 이온 쌍을 형성할 때는 두 개의 NDI2-가 4개의 Li+과 결합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되는데, 이 클러스터는 용해도를 저하시키지는 않으면서 크로스오버는 억제한다. 반면 이와 같은 이온 쌍의 형성은 K+가 포함된 레독스 흐름 전지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유기 레독스 흐름 전지는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활물질로 사용된 NDI 외에도 다양한 산화·환원 활성 유기 분자를 탐색하고 디자인하여 레독스 흐름 전지에 응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충전 및 방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반응을 이해하고, 분자 사이의 비공유 결합을 이용하여 레독스 반응 전후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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