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 「말끝이 당신이다」, KAIST 독서문화위원회 추천 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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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 때문에 잠 못 이룬 경험이 있는가? 말끝이 자주 흐려지는가? 저자와 같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이문재 시인은 <말끝이 당신이다> 추천사에 이런 분들께 이 책을 적극 권한다고 말한다. <말끝이 당신이다>는 김진해 교수가 <한겨레> ‘말글살이’에 매주 말과 글을 주제로 쓴 칼럼을 편집한 결과물이다. 20년 넘게 글쓰기를 가르친 저자의 800자 이내의 칼럼들은 깊은 울림과 동시대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어떤 말이 바르고 한국어다운지 따지기보다, 되려 말을 대하는 그런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첫 번째 칼럼, <말끝이 당신이다>에서부터 저자의 신념이 드러난다. 이 글은 어미에 따라 한 사람의 마음 상태, 성격, 타인과의 관계, 지위가 드러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학생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에서 학생에게 ‘패랭이꽃도 예쁘게 피고 하늘도 맑아 오늘 결석하려구요!’라는 결석 메일을 받는 게 평생소원이라고 전한다. 독자를 글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그의 글의 특징이다. 첫 칼럼에도 그 특징이 나타나는데, 저자는 문자와 채팅 앱에 적힌 말의 맺음을 보라고 전하며 독자를 적극적으로 글에 끌어온다. 

처음 칼럼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자는 800자 이내, 제목은 7자 이내의 형식에 맞춰 매주 글을 쓰는 것이 짧지만 매주 따박따박 써야 한다는 점에서 절묘한 형벌 같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형식에 적응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형식이 자신의 가장 자유롭고 편한 공간이 되었다며, 600자도 아니고 1,000자도 아닌 800자의 장점을 전하기도 한다. 이미 여러 달 나뉘어 발행된 칼럼을 한 번에 읽어야 하는 독자 입장에서도 한 장에 담긴 800자는 적절하다. 각각의 주제가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읽어야 할 만큼 길지 않으면서 여운을 남길 만큼의 정보는 전달한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 맞춤형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지만 동시에 의미 있게 독서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말이 사람을 어떻게 차별하고 위로하는지, 언제 세계를 비추고 반대로 언제 세계를 바꾸려고 꿈틀거리는지를 보려고 했다. 말은 권력의 노리개이기도 하고 권력의 목을 겨누는 칼이기도 하다. 말은 사람을 때려눕히기도 하지만 쓰러진 사람을 깨워 일으키기도 한다. (…) 말은 사람과 함께 격동한다. 그래서 말은 시가 되기도 하고 욕이 되기도 한다. ” 
(p.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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