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 「파묘」

2월 22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주)쇼박스 제공
2월 22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주)쇼박스 제공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의 작품을  제작한 오컬트의 대가 장재현 감독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파묘>는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여러 기대작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의 벽을 허물며  작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서울의 봄>의 기록을 넘어섰다. 


영화는 미국 LA의 한 부잣집에서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의뢰를 받고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과 함께 묘를 파며 시작된다. 묫자리부터 음산했던 그곳을 파헤치자 괴기스러운 일과 예기치 못한 주변인의 죽음이 연이어 발생한다. <파묘>는 그 끝을 좇는 우직한 이야기다. 겉으로만 보면 오컬트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아픔의 근원을 향해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있다. 극 중 상덕은 파지 말았어야 할 무덤을 들춘다. 험한 것이 나올 것을 알았는데도 이 무덤을 끝까지 파헤친 것은 상덕이 돈을 좇는 속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40년간 함께해온 땅에 대한 예의 있는 신념이 그의 기저에 있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김고은의 열연을 볼 수 있는 대살굿 장면이다. 극에는 총 세 번의 굿이 등장하는데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세 굿의 성격을 그대로 살리는 여러 배우의 열연은 관객들이 영화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한다. 김고은을 포함한 네 배우는 ‘묘벤져스’라 불릴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직업을 진심으로 대하고 고민한 배우들의 태도는 이미 완벽한 그들의 연기에 더해져 극을 빛낸다. 연기로 이름을 날린 네 배우와 존재감만으로도 극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여러 조연 배우의 출연까지, 캐스팅에도 <파묘>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다.


또,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닌 실제 촬영을 고집하는 장재현 감독 덕에 영화는 정말 생생함 그 자체이다.   영화 후반부에 계속 등장하는 불도깨비는 당연히 CG라 생각되지만 건물만한 크레인 두 대와 와이어, 가스 불을 동원하여 실제로 구현한 것이다. 이에 관해 최민식 배우는 험한 것의 실체를 마주하며 연기하였기에 감정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흙 색깔까지 신경 쓴 미술팀의 노력이 빛난다. 이는 관객들에게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단순히 장르적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여우가 뱀의 허리를 끊었다’는 상덕의 대사처럼 영화는 전•후반으로 나뉘어, 전반부에서는 오컬트의 장르적 재미를, 후반부에서는 역사의 아픔을 파묘하는 따스함을 준다. 후반부가 판타지 장르에 가깝고 역사적 내용까지 등장하기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그럼에도 상덕과 화림처럼 신념을 지킨 채 과감한 시도를 한 장재현의 <파묘>는 여러모로 볼 가치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예상할 수 없는 흐름으로 빠르게 흘러가며 깔끔히 막을 내리는 <파묘>는 지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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