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명의 사망, 3명의 실종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내린 폭우로 제방이 터져 인근 하천수가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졌다. 침수 사고의 사망자는 같은 달 18일에 발견된 마지막 실종자를 포함해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호우 경보가 내려졌음에도 사고 지역에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아직도 사고의 책임을 두고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침수 위험에 대한 신고에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못한 관리 당국의 업무상 과오가 원인으로 지적된 만큼, 기후재난에 무력한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해 피해는 오송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극한 호우가 이어졌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누적 수재민은 약 2만 명이었다. 게다가 사망자는 47명, 실종자는 3명이 발생했다. 산사태로 민가가 피해를 입는 등 시설 피해도 만 건을 훌쩍 넘었다. 농작물 침수와 가축의 폐사 신고도 잇따랐다. 복구가 더뎌져 도로의 통제가 길어지기도 했다.

 

복합 재난의 일상화

  폭우가 끝나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지난 여름은 전세계적으로 기온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고 온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은 2년째 기온이 41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겪고 있다. 인도 북부와 미국, 일본에는 사상 최악의 폭우가, 캐나다에서는 수백 건의 산불이 일어나는 등 기후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런 기록적인 재난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강수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단시간에 좁은 지역에 극한 호우가 내리는 현상이 늘어날 것을 경고하며 홍수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단순히 극한 호우와 같은 기상 이변 현상의 증가만이 아니었다. 올해 한국에서도 폭우 직후, 일 최고 체감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관측됐다. 이를 학계에서는 복합재난(compound extreme)이라고 하며, 이러한 재난이 앞으로 잦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일어난 사례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벌써 수차례 발생했다. 극히 드물게 발생해야 할 기상 이변이 ‘일상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변’은 ‘이변이 아니게’ 되었다. 해수면이 올라가 지구가 잠기게 될 것이라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재난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것이 기후변화의 실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아갈 세대의 목소리

  최근 기후재난과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면 “이젠 끝났다”와 같은 자포자기식의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체감한 기상 이변에 적지 않은 막막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틀렸다고 포기한다면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죽는 것은 기후 약자다. 현재도 온열 질환 사망자의 3분의 2가 빈곤층이다. 냉난방 시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온열질환에 취약한 것이다. 나쁜 공기질로 인한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도 빈곤층과 야외 노동자들이다. 수해와 잦은 가뭄 및 화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농부다.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지역을 이동하는 것도 그러한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그렇기에 곡창 지대의 붕괴와 재난은 부가적인 사회정치 문제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렇듯 이상 기후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죽음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현재,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아갈 세대인 10대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목소리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인 IPCC 보고서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세대 간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위기감에 명백한 차이가 남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6명의 청소년이 몬태나주 정부를 대상으로 화석연료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걸어 승소하기도 했다. IPCC도 현 기후변화 대책이 소극적이거나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낸 건 청소년들이었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탄소 중립과 기타 정책을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적극적인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평균 기온이 4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이를 0.5도만 낮춰도 많은 것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이상’이 아니게 된 이상 기후를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늦추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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