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개최된 우리 학교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756명, 석사 1천564명, 학사 694명 등 총 3천14명의 졸업생이 학위를 받았다. 올해 학위수여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과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등으로 한층 더 영광스러운 자리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통령 축사 도중 현 정부의 R&D 예산삭감을 항의한 한 졸업생이 카이스트 졸업복을 입은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학교 학위 수여식장에서 졸업생이 퇴장당한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 학교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학원 총학생회가 성명을 발표해 유감의 뜻을 표하고 학교 차원에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인권센터에서도 학생과 교직원 4,556명의 서명을 받아 성명을 발표하고 표현의 권리와 인권침해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학위수여식에서 강제 퇴장당한 당사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대통령과 경호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동문과 재학생, 학부모 등이 모여 대통령경호처를 집권 남용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교수 사회도 이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공식적인 성명 발표나 법적 대응, 정치권에서의 갑론을박을 넘어서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이 문제에 관한 대화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학위수여식 졸업생 강제 퇴장이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학내 구성원들의 입장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 학위수여식에서 돌발 발언을 한 해당 졸업생의 행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해, 강제 퇴장 조치가 정당한 경호 절차를 따른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과잉 대응인지, 또한 의사 표명의 합리적인 절차와 학교 측의 공식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 각각의 사안에 대해 구성원 각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과열된 공방이 정쟁화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진정 우려스러운 일은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혐오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동체의 분열과 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구성원들이 보다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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