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연구팀:
Spontaneous emergence of rudimentary music detectors in deep neural networks - 「Nature Communications」

우리 학교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을 통하여 보편적인 ‘음악 본능’이 나타날 수 있는 과학적 원리를 규명했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우리 학교 물리학과 김광수 박사와 김동겸 박사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대규모 소리 데이터(AudioSet)를 활용하여 인공신경망에 학습하였다. 이후 일상적인 환경 소리만을 학습시킨 인공신경망에서 음악 정보 처리 회로가 자발적으로 나타나며, 잠재 공간에서 재즈, 성악, 레게 등 다양한 음악들이 세부적으로 분류됨을 보였다.

심지어 연구팀은 음악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뉴런들을 억제하면 자연 소리 인식 정확도가 크게 하락하며, 음악 처리 기능이 자연 소리 인식 능력을 일반화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음악 본능’은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 신호 처리를 일반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진화적 적응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좌) DALL•E AI로 생성된 뇌와 인공신경망의 음악성 일러스트레이션 (우) 음악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소리 인식을 학습한 인공신경망의 잠재 공간에서 음악과 비음악의 구분 김하웅 교수
(좌) DALL•E AI로 생성된 뇌와 인공신경망의 음악성 일러스트레이션 (우) 음악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소리 인식을 학습한 인공신경망의 잠재 공간에서 음악과 비음악의 구분                                                 김하웅 교수 제공

음악의 보편성에 관하여

음악은 세계 공통어로써 손색이 없는 문화적 보편 요소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문화권에서 음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2019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민족지학적으로 분류된 대부분의 문화권이 음악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박자와 멜로디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청각 피질에 음악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특정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음악 인지기능이 어떻게 뇌에 나타나는지, 그리고 명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팀은 음악이 이토록 세상에 풍부한 이유와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음악이 자발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소명하고자 하였다.

음악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아도 음악 선택성 뉴런이 나타나

연구팀은 뇌의 청각 정보 처리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인공신경망을 사용했다. 음악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아도, 다른 다양한 소리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 정보 처리 회로가 자발적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백 개에 달하는 자연 소리 카테고리에 대한 인공신경망 유닛들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하였다. 그 결과 학습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의 종류들이 그림과 같이 네트워크의 잠재 공간에서 강하게 군집화 되어있음을 발견하였다. 이토록 음악만 특이적으로 표현형이 구분된 이유는 ‘음악 선택성 뉴런’ 때문이었다. 이 뉴런들은 음악에 대해 선택적으로 더 높은 반응을 보인다. 특히 뇌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반응 특성을 재현하고, 음악의 시간적 구조를 부호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악 선택성 뉴런을 억제하면 자연 소리 인식 정확도가 하락해

그렇다면 음악 선택성 뉴런은 어떠한 기능을 할까? 흥미롭게도 음악 선택성 뉴런들을 억제하면, 다른 자연 소리를 인식하는 정확도가 하락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어서 연구팀은 자연 소리 데이터 학습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음악 선택성 뉴런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음악 인지기능의 보편적 요소가, 자연 소리 처리에 대한 진화적 적응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자연을 해석하는 유용한 도구로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 그 자체만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접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를 추천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