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유독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2022년 말 출시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인도에서는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하여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 지대에 도달했습니다. 국내 연구팀에서 발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의 초전도 특성 검증 작업이 전세계적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주목해야 할 과학 이벤트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 눈여겨보면 좋을 과학계 소식들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 기사 본문에 기재된 일정은 2024년 2월 16일 기준으로 작성하였으며, 기관 사정에 의해 변동될 수 있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새로운 달 탐사 계획

지난해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에 이어 올해에도 여러 달 탐사 임무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이 창어6호를 발사할 계획입니다. 이는 2020년 12월에 달의 표본을 가지고 귀환한 창어5호 이후 3년 반만의 임무라고 합니다. 창어6호의 목표는 달 뒷면의 남극-에이트켄 분지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표본 2kg을 채취해 귀환하는 것입니다. 임무가 성공한다면 창어6호는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 토양을 회수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또한,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이르면 올해 11월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할 예정입니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총 4인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할 계획이며, 이들은 달 궤도에서 유인용 우주선 오리온의 장비 성능을 검증하고, 인간이 우주에서 활동할 때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폴로 17호의 발사 이후 52년 만에 인류가 달 궤도를 비행하게 됩니다.
• 주목해야 할 시기: 5월, 11월

포스트 코로나로 향하는 인류의 대응

지난 4년간 인류를 위협했던 코로나19에 관한 지원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는 세 종류의 차세대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개중 두 가지는 비강 백신으로, 기도 조직에서 점막 면역을 생성하여 감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비강 백신은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고, 극저온 냉동이 아니어도 쉽게 보관할 수 있으며, 숙련된 의료진이 아니어도 간단히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른 한 가지는 mRNA 백신으로, 항체와 T세포의 반응을 증가시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에 지속적인 면역을 제공합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제77차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팬데믹 협약(WHO CA+)의 초안을 공개합니다. 이에 따라 WHO 회원국에서는 미래에 다가올 팬데믹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조약 조건을 협의하게 됩니다.
• 주목해야 할 시기: 5월

지상망원경의 완공과 관측 계획

올해는 천문학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소식이 많습니다. 먼저, 칠레의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베라 루빈 천문대(Vera Rubin Observatory)의 퍼스트 라이트(First light)가 8월 중 가동될 예정입니다. 퍼스트 라이트는 망원경과 같은 새 관측 장비로 천체 사진을 처음 촬영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퍼스트 라이트 이미지는 품질이 낮아 과학적인 가치는 부족하지만, 망원경의 완공식과도 같은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여겨져 그 의미가 큽니다. 2024년 하반기에는 10년 동안 이어질 프로젝트를 위해 약 3일에 한 번씩 하늘을 스캔하는 조사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하반기에 다시 한번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듯합니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사이먼스 천문대(Simons Obser-vatory) 역시 올해 중순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사이먼스 천문대에서는 차세대 우주론 실험으로 불리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으로,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에서 중력파의 흔적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높은 분해능을 달성할 수 있는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분해능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망원경의 분해능은 렌즈나 거울의 지름에 반비례하게 됩니다. 즉, 렌즈의 지름이 클수록 높은 분해능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단일 망원경으로는 높은 분해능은 달성할 수 있지만, 큰 각도 범위에서 낮은 노이즈를 갖는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이먼스 천문대에서는 직경 6m의 대구경 망원경(LAT)과 세 대의 소구경 망원경(SAT)을 구축하고 데이터 세트를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계획입니다.
• 주목해야 할 시기: 8월, 하반기

볼바키아 박테리아로 무기화된 모기

세계모기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에서는 뎅기열 환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10년간 질병 퇴치 모기 50억 마리를 매년 브라질에 퍼뜨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질병 퇴치 모기는 볼바키아 박테리아(Wolbachia pipientis)를 감염시킨 모기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와 일반 암컷 사이에서 태어난 알은 부화하지 못하므로 뎅기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주로 곤충의 생식기관에 기생하며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기생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박테리아는 성을 교란해 수컷 곤충의 탄생을 막는 특징이 있는데, 일부 나비나 딱정벌레에 기생할 경우 수컷이 될 알을 발생 초기에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공벌레류의 경우 수컷 개체가 볼바키아에 감염되면 암컷으로 변하는 자성화(Feminization)가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교란작용은 세포질 불합치(Cytoplasmic incompatibility)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알이 죽어버려 부화하지 못합니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가 이 사례에 해당합니다.

볼바키아가 성을 교란하는 까닭은 이 박테리아가 숙주의 세포질에 기생하기 때문입니다. 수컷은 자손에게 유전자만을 제공하지만, 암컷은 자손에게 세포질을 함께 전달하여 기생할 터전을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볼바키아는 세포질을 제공하는 암컷으로 숙주의 성별을 유도하거나, 필요 없는 수컷을 제거하는 등의 교란작용을 일으킵니다. 한번 볼바키아에 감염되면 그 자손들도 모두 감염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도 큽니다. 이러한 볼바키아의 특성이 브라질의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률을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전망이 주목됩니다.
• 주목해야 할 지역: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초고속 컴퓨터의 가동

컴퓨터의 성능 역시 한층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은 올해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Exascale supercomputer)인 주피터(Jupiter)를 가동할 계획입니다.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100경에 달하는 양의 연산을 1초 만에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로, 인간의 뇌와 비등한 정도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일기예보나 기후 모델링,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 등에서 보다 나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주피터는 뛰어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지구 기후의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오로라(Aurora)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엘 캐피탄(El Capitan) 역시 올해 주목받는 초고속 컴퓨터입니다.
• 주목해야 할 모델: 주피터, 오로라, 엘 캐피탄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작년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를 개발한 OpenAI사(社)에서는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인 GPT-5를 개발 중입니다. GPT-5는 이전 모델인 GPT-4보다 코딩, 추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특정 역할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됩니다.

또,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는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인 알파폴드(AlphaFold)의 새로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백질의 구조와 접힘을 실험적으로 알아내기 위해서는 엑스선 결정학이나 극저온 현미경을 활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랜 기간 구조를 밝혀내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알파폴드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학습한 뒤,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버전의 알파폴드에서는 원자 단위의 정밀도로 단백질과 기타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알파폴드의 발전은 신약 개발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주목해야 할 서비스: 챗GPT, 알파폴드

기후 위기 대처에 관한 판결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라는 평가를 받은 해였습니다. 365일 중 86일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소 1.5℃ 높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이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온도의 마지노선으로 빠르게 다가서는 속도입니다. 기후 변화는 자연재해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와이 마우이섬과 캐나다 퀘벡,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몇 달 동안 이어지는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캐나다에서 일어난 산불은 우리나라의 1.4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워버리며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올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국가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의 결론이 발표됩니다. ICJ의 판결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가들이 기후 목표를 강화하고 인위적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장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주목해야 할 기관: 국제사법재판소(ICJ)

앞서 소개한 과학계의 이벤트들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소식들이 들려올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위치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플라즈마 생성 실험이 올해 상반기에 첫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며,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4호기 망원경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합니다. 국내외로 다양한 소식들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올해는 캘린더 한편에 일정을 기록해 두고 과학계의 소식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문헌
The science events to watch for in 2024, Miryam Naddaf, Nature (2024)
Wolbachia strain wMel induces cytoplasmic incompatibility and blocks dengue transmission in Aedes albopictus, Blagrove MS et al., PNAS (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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