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렇다면 1주일 전에는? 1달 전에는? 사진을 보지 않고는 차마 떠올리기 힘든 것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뇌는 우리가 아는거보다 똑똑하며 우리가 잊었을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들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켜 그 추억이나 기억에 빠져들게 하곤 합니다. 최근에 졸업을 하였던 사람으로써 졸업식은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또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겨울 방학 2달을 안보았다고 어색해진 책상과 교실 풍경들은 언뜻 비어보이지만 그 안에 잔존하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내기엔 충분하였으며 다시 보는 친구들은 이젠 이별을 주고 받아야하는 친구가 되었기에 쓸쓸한 마음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던 입학이 엊그제 같고,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학교 축제, 같이 가던 노래방이 당장에라도 눈 앞에 펼쳐지듯 생생한데 이제는 없을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벅차면서도 아름다웠던 졸업식이 끝난 이후 집에 도착하여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3년간의 사진 파일들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추억을 되새겼습니다. '아 그랬었지', '어 이거는 많이 달라졌네'와 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기억의 수면 아래에 깔려있던 3년치의 추억을 되돌아봤습니다. 3년 분량의 사진들은 많다고 느껴지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정말로 마지막인 학창 시절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순 없었을까, 친구들과 더 많은 것들 것 경험할 순 없었을까 다양한 후회들이 순간 찾아왔지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하여도 그 이상으로 놀진 못할 것 같기에 내가 나의 친구들과 보낼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을 보내었다고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쩌면 이 고등학교를 떠나가는 일이 더욱 아쉽고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초등학생, 중학생 때에는 학교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를 단순히 공부를 배우고 정규 교육 과정을 따라 이수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생각하였기에 큰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였고 오히려 학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였던 탓인지 학교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기숙사를 쓰다보니 24시간을 붙어있는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서 놀고 같이 밥을 먹다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생각보다 많은 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선후배의 관계에 특별한 교류가 없던 초,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선후배 간의 교류가 많고 선배가 후배를 도와주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동기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것처럼 귀여운 후배들 또한 그리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쉬운 이별을 하였지만 대학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대체로 같은 대학교를 진학하였기에 고등학교의 연장선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해보지 못한 것들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경쟁하는 사회에서 항상 앞을 향해 다른 누군가보다 빠르게 달려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살아옵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얻는 것이 필히 있겠지만 졸업을 앞두고 나니 너무 앞만 보진 않았는지, 좀 더 주위를 둘러보아도 되지는 않았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미래는 나를 살게 하는 이유라면 과거는 ‘나’가 여기에 있는 이유이기에 가끔은 본인의 추억에 빠져보는 것이 잠깐의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제나 바쁘게 살아야 성공한다’가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산다면 삶이 답답할 거 같더군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헤쳐나가지 못할 거 같은 길들을 헤쳐나갈 힘이 생기고, 과거의 추억들이 힘이 되어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듯 합니다. 그러니 가끔은 추억의 바다에서 헤엄쳐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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