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이 1이 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저출산은 고령화 현상과 연동되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인구 구조 변동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 속에서 나라 전체가 출산율을 높이는데 골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천시는 임신 직후부터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출산과 육아 비용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난임 시술비 지원, 출산 장려금, 부모 수당, 아동 수당 증액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현금 지원 정책만으로 출산율 상승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2022년 한국갤럽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결혼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취업자(49.4%)가 비취업자(38.3%)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취업자일 경우에도 비정규직은 36.6%에 그쳤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등 고용 안정성이 높은 비교적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결혼 의사를 밝힌 응답률이 58.5%에 달했다. 혼외출산율이 매우 낮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출산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설문조사는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고용 안정성 뿐 아니라 임금과 노동 강도, 복지의 차원에서 일자리의 질도 젊은 세대가 출산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법으로 정해진 육아 휴직과 돌봄 휴가를 당연한 권리로 누릴 수 있고, 일과 시간에는 어린이 집에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으며,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어야만,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방침에 따라 2019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고, 미화, 시설관리, 경비노동자 등이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 직원과 신규 전환된 직원 사이의 임금 및 복지 혜택의 격차가 여전하고, 시설지원직 부서의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론 한정된 예산과 정부의 예산 사용 지침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어 단시일 내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 내의 노사 갈등과 노노 갈등, 노동 쟁의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차원의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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