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벽돌 집 옥상 
- 실외/이른 아침
멀리서 새 소리. 깔끔한 벽돌 마당 한 켠엔 정갈하게 모여 있는 낙엽들. 옥상 위 구름 한 점 없는 어둔 하늘은 수평선을 따라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다. 난간 옆의 계단에서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은 한 소년이 올라오더니 신문을 던진다. 새들이 날아간다.

2. 주택 밀집 구역, 골목 
- 실외/이른 아침
(인서트) 축축한 아침 거리,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고 있다.
(인서트) 신문지로 가득찬 자전거 바구니 클로즈업.
(인서트) 소년은 눈은 생기가 있지만, 피곤한 듯 새벽 빛 아래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는 한 자전거의 뒷 모습.
Cut to
한 손에는 신문을 잡고 있는 소년. 다른 한 손은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있다. 소년은 집들을 지나치며 조금은 힘겹게 신문을 던진다.
(인서트) 우아하게 한 주택 입구로 날아들어오는 신문은 문 앞에 완벽하게 안착한다.
(인서트) 아침빛을 받아 길쭉하게 뻗은 그의 그림자는 주택의 작은 경사를 왔다갔다하며 움직인다.
(인서트) 더 많은 신문들이 계단, 현관, 대문들에 안착한다.

바구니에서 신문을 꺼내 어느 집을 향해 던지려던 소년의 눈에 신문의 헤드라인이 잠깐 스친다.

(인서트) 신문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 헤드라인은 "중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교사"라고 적혀 있다. 작은 이미지와 함께 교실 사진이 있다.

소년은 기사를 짧게 훑어보지만 시선을 이내 다시 주택으로 옮긴다. 소년은 신문을 집 쪽으로 던지고 계속 가던 길을 가지만, 표정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3. 중학교 교실 - 실내/오후
시끌벅적한 교실.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쁘고, 목소리가 끊임없이 교실 내에서 윙윙거린다. 교실 앞쪽 칠판에는 지난 수업의 노트가 가득하다. 창가 쪽 책상에 앉아있는 소년.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와 소년의 책상에 빛을 드리운다.

한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성인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수런거림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선생님 : (짜증내듯이) 당번, 칠판 안 지울래? (곧 이어) 오늘은 특별한 공지사항은 없고, 다음 주까지 각자 면담시간까지 진로 계획서를 작성해와라. 이상.

반장의 경례와 함께,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다들 떠들석하게 가방을 들고 나간다. 책상에 계속 앉아있는 소년은 턱을 괸 채 창문 밖 아이들이 떠나고 있는 운동장을 바라본다.

4. 어느 신문 인쇄소 앞 
- 실외/이른 아침

텅 빈 거리 위에 멀리서 인쇄소 안의 야구 경기 중계 소리만 들린다. 인쇄소 밖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에 구겨진 진로 계획서를 쥔 채 졸고 있는 소년. 
(인서트) 진로 계획서 클로즈업, 저조도에서 글씨는 거의 안 보인다.
좀 더 나이가 들고 노련해 보이는 남학생이 가게로 다가온다. 잠자는 소년을 발견하자, 고개를 살짝 저으며 부드럽게 소년을 흔들어 깨운뒤, 인쇄소 안으로 들어간다.
소년은 잠에서 깨어나고, 기지개를 피며 일어난다. 약간 휘청거리는 소년. 인쇄소 안으로 들어가면, 이미 신문 더미를 모으고 있는 신문배달부들. 소년도 같이 신문을 모으기 시작한다.

5. 중학교 앞 언덕 - 실외/아침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낮은 초록색 철 펜스들. 인도에는 주황색 빛이 드리운다. 자전거를 몰고 펜스를 따라 올라가는 소년. 물병에 든 물을 마시며 가다 멈춰 선다. 물병을 입에 문 채로 펜스 사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소년.

6. 신설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난색이 만연한 넓은 운동장. 운동장 한 가운데에는 야구를 하는 하얀 유니폼 차림의 아이들. 야구단 한 명이 공을 던지고, 한 명이 배트로 쳐낸다. 각 루베이스에서 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인서트) 인도에서 펜스 넘어 보고 있는 소년.
유니폼 입은 소녀가 글러브를 낀 채로 마운드에 걸어 들어온다.
(인서트) 펜스 넘어 있는 소년 얼굴 클로즈업.
발로 바닥의 흙을 좀 쓸어내린 뒤 투구판 위에 오른다리를 놓는다. 왼다리를 앞으로 향하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 소녀. 팔을 뒤로 천천히 빼다가 순식간에 허리를 돌려 던진다. (슬로우 모션으로) 타자는 스윙을 하지만 공은 커브를 꺾더니 배트를 비껴 나간다. 바로 경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소녀를 향하여 환호한다. 포수에 시선을 때지 않은 채, 천천히 다리를 내리는 소녀.
(인서트) 소년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야구단원들.

7. 문구점 앞 인도 - 실외/이른 저녁
해가 지는 오후. 교복을 입은 소년이 가방을 멘 채 자전거를 몰고 가고 있다. 문구점의 유리창 진열대에 글러브와 공을 파는 것을 발견한다. 글러브를 자세히 보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소년.
(인서트) 지갑을 펼쳐보면 천원 두 장과 100원과 500원 한 개씩 있다.
글러브에는 ‘50000’이라고 라벨이 붙어있다. 지갑을 닫고 야구공을 보는 소년. 두 개의 망사 주머니 안에 있는 야구공들. 붉은 면사가 한 땀 한 땀 반듯하게 꿰매어 있다. 하나는 라벨에 ‘연습용 90g’, 다른 하나는 ‘경기용 145g’이라고 써있다. (*클로즈업)
머리를 긁적이는 소년.

8. 동네체육시설 부지 안 - 실외/늦은 저녁
가로등 밑에 서있는 체육복 차림의 소년. 가로등 뒤의 벽에는 ‘생활속에 불조심. 화재 없는 행복한 동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옆을 보면 포장하다 만 도로와 비닐에 감싸져 있는 운동기구와 벽돌들.
(인서트) 손 위의 포장되어 있는 야구공 클로즈업.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는 무게 145g이라고 적혀져 있다.
포장된 야구공을 위로 튕겨본다. 포장을 뜯고 앞으로 공을 던져보는 소년. 공은 철봉에 맞고 둔탁한 소리를 낸다.
(Effect) 개 짖는 소리
소년 쪽으로 굴러오는 야구공. 어깨가 축 처진 채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보는 소년.

9. 신문 인쇄소 앞 - 실외/이른 아침
검푸른 하늘 밑, 바람이 조금 부는 인쇄소 앞에서 자전거를 탄 채로 서있는 소년. 왼손에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 오른손으로는 커피 스틱으로 커피를 휘젓고 있다. 인쇄소 앞 길에는 큐대를 들고 신나게 떠들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50대 중반의 중년들. 소년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길 가에 종이가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방향 없이 이리저리 그냥 흔들리며 떴다가 내려왔다가 한다.
인쇄소의 불이 켜진다.

10. 신문 인쇄소 내부 
- 실내/이른 아침

긴 책상 위에는 가지런히 쌓인 신문들. 반대편에서는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인쇄소장과 배달부가 수다를 떨고 있다. 책상 한 켠에 쌓인 신문을 대형 투명 비닐에 넣는 소년.
(인서트) 비닐을 낑낑대며 들고 자전거 짐칸으로 가져가 하얀 밧줄로 매듭지어 묶는 소년.
곧 이어 종이에 적힌 신문 부수를 확인한 뒤 조그마한 봉투에 신문 5매를 넣는다. 나가다가 전자저울을 발견한 소년. 전자저울을 바라보다가 신문 한 부를 올려본다.
(인서트) 전자저울에 표시되는 149g.
눈을 깜빡이는 소년. 표정이 변한다.

11. 3층 해태 복합주택 앞 
- 실외/이른 아침
(인서트) 복합주택 1층에 있는 상가와 주택 입구

녹슨 청동 철문 위에는 해태 조각상. 철문 오른쪽 벽에는 ‘집 앞 흡연 금지.’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집 앞에 서있는 소년, 달빛을 받아 빛나는 조각상의 눈과 이빨에 조금의 위압감을 느낀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확인하는 소년.
(인서트) 주소 리스트의 마지막 칸에 2층이라고 적혀 있다.
신문 한 부를 들고 손 위로 튕겨보는 소년. (S#6의 공을 튕겨보는 구도와 똑같이) 신문을 동그랗게 말고 포즈를 취하는 소년. 그 모습이 조금 어설퍼 보인다. 2층을 향해 공을 던지지만, 신문은 얼마 날아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펴진다. 신문을 다시 줍는 소년. 줍다가 자전거 핸들에 묶인 고무줄을 본다.
Cut to
(인서트) 고무줄이 묶인 신문.

소년은 다시 같은 자세를 취하고 던진다. 벽에 맞고 떨어지는 신문. 이번엔 팔을 강하게 휘둘러 던지는 소년. 다시 벽에 맞고 떨어지는 신문. 열이 오른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온몸을 이용해 던진다. 이번엔 벽에 맞고 계단 옆 화분을 툭하고 친다. 옆으로 떨어지려는 화분. 당황한 표정의 소년은 급하게 화분을 붙잡는다. 화분을 제자리에 두는 소년. 한숨 쉬며 신문을 집어들고 그냥 주택 문 안에 들어간다.

12. 중학교 앞 인도 - 실외/아침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병에 든 물을 마시며 자전거를 몰고 가는 소년. 물을 마시다 말고 멈춰 선다. 물병을 입에 문 채로 운동장을 바라보는 소년.
(인서트) S#5의 소녀가 야구단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
소녀의 포즈를 자세히 지켜보는 소년, 물병을 들고 포즈를 따라한다. 왼발을 뒤로 빼고 오른발을 앞으로 향하게 하는 소년.

13.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투수 대기석에 앉아있는 소녀.
머리띠로 머리를 다시 묶으며 경기를 보다가 학교 밖으로 시선이 향한다.
(인서트) 펜스 넘어 학교 밖에서 열심히 팔을 휘두르는 소년.
한참 보다가 다시 경기에 집중하는 소녀.

14. 3층 해태 복합주택 앞 
- 실외/이른 아침

(인서트) 자전거가 골목길 따라 내려오는 모습.
(인서트) 철문 위의 해태 조각상 클로즈업.

신문을 동그랗게 말고 고무줄로 묶는 소년. 눈을 부릅뜨고 해태 조각상을 째려본다. 오른다리를 뒤에 두고 왼다리를 앞으로 향하게 포즈를 취한다. 바로 팔을 휘둘러 벽 위로 힘껏 던지지만, 벽에 맞고 떨어지는 신문. 들고 있던 주소록 종이를 내팽개치는 소년. 곧 머리를 긁적이며 신문을 들고 주택 안으로 들어 가려다 멈춘다.
(F.B) S#5의 여자아이의 포즈.
흙도 없는데 소녀처럼 발로 바닥을 쓰는 소년. 다시 오른다리를 뒤에 두고 왼다리를 앞으로 향한다. 어깨를 뒤로 젖히고, 상체를 천천히 돌린다. 바로 공을 던지는 소년, 신문은 2층으로 들어간다. 소년은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다.

15. 몽타주
*음악(참고) 
– Kiyoshi Yoshida의 Sketch

-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야구단을 보며 따라하는 소년. 소녀가 공을 던질 때 왼다리를 허리까지 올리는 것을 본다.

- 주택 밀집 구역, 골목 
– 실외/이른 아침

왼다리를 허리까지 들어올려 신문을 던지는 소년, 하지만 튕겨 나간다.

-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펜스 밖에서 소녀의 발을 골똘히 보는 소년. 공을 던진 직후에 뒤 다리로 힘차게 차주는 소녀.

- 신문 인쇄소 앞 – 실외/이른 아침
소년이 계속 투구 포즈를 연습하고 있다. 왼발을 들어올리고 던질 때 뒤 다리로 차주는 소년.

- 3층 해태 복합주택, 2층 
– 실외/이른 아침

난간에서 잠옷을 입은 채로 기지개 켜는 소녀. 집 앞의 신문을 줍다가 밑에서 신문 던지는 소년을 본다. 소년이 옆집을 향해 투구 포즈를 취하고 신문을 던진다. 아직까지는 서투른 투구 모습. 소녀는 난간 앞으로 턱을 괴며 미소 짓는다. 던진 곳으로 들어가는 신문.

- 중학교 앞 인도 
– 실외/아침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가면서 소녀의 팔을 보는 소년. 소녀는 자신을 보는 소년을 의식하고 천천히 포즈를 취한다. 허리를 돌리고 왼손과 어깨를 힘차게 열면서 공을 던진다.

- 주택 밀집 구역, 골목 
– 실외/이른 아침

(위의 소녀 포즈 위로) 똑같이 따라하며 신문을 던지는 소년. 신문이 완벽히 들어간다.
(인서트) 주택 안으로 들어가는 신문의 모습들.

- 신문 인쇄소 앞 
– 실외/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는 소년.

- 3층 해태 복합주택, 2층 
– 실외/아침 (옅은 소나기)

미리 일어나 있는 소녀가 신문을 받고 옆집에서 신문을 던지는 소년의 자세를 본다. 공을 던질 때 고개를 옆으로 젖히는 소년.

-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옅은 소나기)

비가 오는데도 포수를 계속 째려보고 있는 소녀. 포수는 소녀가 미동도 없이 계속 자신을 째려보자 당황한다. 공을 던지면서까지 시선을 안 때는 소녀.

- 중학교 앞 인도(옅은 소나기)
소녀를 보다가 뭔가를 깨닫은 듯 표정을 짓는 소년.

- 주택 밀집 구역, 골목(옅은 소나기)
던질 곳을 계속 째려보는 소년. 시선을 유지한 채 비닐에 쌓인 신문을 위로 던져 넣는다.
(인서트) 던져서 들어가지는 신문의 모습들.
*음악 끝.

16. 3층 해태 복합주택 앞 
- 실외/이른 아침

이른 아침의 은은한 빛이 주택가 주변을 감싼다.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한 차선을 따라 소녀의 집으로 다가간다. 가까이 다가가자 소년은 한 중년 여성이 건물 밖에서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본다. 소년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속도를 늦추지만, 서서히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중년 여성 : (호들갑을 떨며) 서현이가 야구에 아주 열정적이던데요? 어지간한 남자 애들보다 잘하던데 진짜 야구선수 해봐도 되겠어요.

소녀의 엄마 : (호들갑을 떨며) 에이 야구 선수는 무슨… 서울대 가려면 운동도 잘해야 하니까 시켜주는 거에요. 야구 선수로는 성공 못해요.

소년은 곰곰히 듣다가, 이내 자전거를 타고 다른 주택으로 나아간다.

17. 중학교 앞, 인도 - 실외/아침
인도에는 물웅덩이가 고여 있다. 그 위엔 단풍잎들과 반사되어 보이는 푸르른 하늘.
물병을 들고 자전거를 몰고 가는 소년. 펜스 앞에 멈춰 선다. 투구 포즈를 취하려 하자 운동장에서 공이 날아들어온다. 밑을 바라보는 소년. 야구공이 있다. 앞을 보는 소년.
(인서트) 손을 흔들며 공을 던져 달라는 야구단원.
소년 얼굴 클로즈업.
앉아있다가 소년을 본 소녀, 일어난다.
소년 얼굴 가까이 클로즈업. 공을 주워드는 소년.
(Effect) 숨쉬는 소리.
소년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 클로즈업. 소년은 공을 잡고 발로 바닥을 쓸더니 오른다리를 뒤에 두고 왼다리를 앞으로 향한다. 팔을 휘둘러 공을 던지는 소년. 발 쪽이 미끄러진다. 얼마가지도 못하는 공.
(인서트) 그 모습을 보는 야구단 아이들, 웃기 시작한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며 바로 자전거를 타고 자리를 뜨는 소년.
(인서트) 소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18. 중학교 교무실 - 인테리어/일상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교무실을 환하게 비춘다. 한산한 교무실에는 담임 선생과 소년만이 있다. 코에 안경을 낀 채 서류를 훑어보는 담임 선생. 소년은 그저 발만 놀리고 있다.

선생님 : (단호하지만 자상하게) 진로 계획서는?

뜸들이는 소년.

소년 : (머뭇거리다가) 잃어버렸어요.

선생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내려놓고 소년을 바라본다.

선생님 :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소년은 망설이다가 진심 어리게 묻는다.

소년 : (호기심 깊게) 선생님은 선생님 재밌으세요?

어이없다는 듯 웃는 선생.

선생님 : (미소지으며) 그냥 하는거지. 직업을 가져야 먹고 사니까.

소년은 망설이다가 진심 어리게 묻는다.

소년 : 그러면 언제 재밌게 되는 거에요?

조금 당황한 표정의 선생. 이내 곰곰히 생각한다. 대답하려고 입을 열지만 다음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학생들은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하며 정적을 깨기 시작합니다.

선생은 손짓으로 소년에게 가라고 한다. 소년은 생각에 잠긴 선생님을 뒤로하고 교무실에서 나온다.

19. 3층 해태 복합주택 앞 
- 실외/이른 아침(옅은 안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멈추는 소년. 건물 1층 상가 앞에는 ‘전기누수 공사 중’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벽의 흡연 금지 종이에는 투명테이프가 여러 겹으로 붙어있다. 앞에는 벽돌과 쇠파이프, 그리고 밧줄과 같은 공사 장비들. 내린 뒤 한 손에는 신문을 든다. 머리를 마구 긁는 소년. 아무렇게나 포즈를 잡은 뒤 2층 집으로 신문을 던진다. 돌아서서 자전거 쪽으로 가는 소년의 뒷모습. 뒤에서 신문이 날아들어 소년 머리 뒤를 때린다. 머리를 감싸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소년. 주택 2층에 등이 켜져 있다.
(인서트) 2층서 미소 짓는 소녀.
머리를 만지며 떨어진 신문을 집어 드는 소년. 소녀가 던지라는 손 제스쳐를 취한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포즈를 취하고 2층 쪽으로 던지는 소년. 신문을 받은 소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손가락으로 팔을 가리킨다. 글러브를 왼손에 끼운 뒤 자세를 보여주는 소녀. 왼손을 아래로 젖힌 뒤 오른손을 뻗는다. 다시 신문을 소년에게 던지는 소녀. 신문을 받은 소년은 똑같이 왼손을 아래로 젖히고 신문을 던진다. 신문을 받은 소녀는 소년을 향해 엄지 손가락은 펼친다. 뭔가를 소년을 향해 던져주는 소녀. 건네받은 소년, 확인해보니 글러브다. 위를 올라보면 소녀가 야구공을 던져준다. 공을 글러브로 받은 소년. 웃는다.

20. 몽타주
- 동네체육시설 부지 안 
– 실외/저녁

글러브를 낀 채로 야구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소년. 부지의 모서리 벽 위에 빈 알루미늄 캔을 놓아둔다. 공을 던지지만 알루미늄 캔 옆에 부딪힌다.

- 3층 해태 복합주택, 2층
– 실외/이른 아침

2층에서 소년이 있는 1층 밑을 바라보는 소녀. 소녀는 던지라는 듯 손을 앞뒤로 흔든다. 글러브를 낀 소년, 공을 던진다. 공을 받는 소녀.

- 동네체육시설 부지 안 
– 실외/저녁

글러브를 낀 채로 야구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소년. (줌인)

- 3층 해태 복합주택, 2층 
– 실외/이른 아침

공을 받는 소녀. (줌인)

- 동네체육시설 부지 안 
– 실외/저녁

글러브를 낀 채로 야구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소년. (줌인)

- 3층 해태 복합주택, 2층 
– 실외/이른 아침

공을 받는 소녀. (줌인)

- 동네체육시설 부지 안 
– 실외/저녁

글러브를 낀 채로 야구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소년. 알루미늄 캔이 야구공에 맞는다. 땀을 흘리는 소년, 환호성을 지르며 웃는다. 다양한 높이의 벽 밑으로는 찌그러져 있는 수많은 알루미늄 캔들.

21. 신문 인쇄소 앞 
- 실외/이른 아침

불이 꺼진 인쇄소. 하늘에는 검푸른 구름이 조금 있고, 바람이 세게 분다. 소년이 세워져 있는 자전거 앞에서 위로 공을 던지고 있다. 바구니에 있는 글러브.

22. 주택 밀집 구역, 골목 
- 실외/이른 아침

미소 짓고 있는 소년,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들어간다. 소녀의 집으로 향하는데 살짝 상기된 표정이다. 소년 옆을 지나 방향에 맞게(방향이 생김) 날아가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종이, S#5에서 하늘로 날아가는 공과 겹쳐 보이도록. 그 종이를 지켜보는 소년
(Effect) 차를 빼라는 고함 소리.
바로 앞을 보는 소년. 골목 길에서 차와 부딪힐 뻔한다. 급하게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소년.
4m 폭 정도 되는 골목길에 차를 빼고 있고 사람들이 뛰어다닌다. 주택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주민도 보인다. 멀리서 보이는 시커먼 연기가 푸른 하늘 위로 치솟고 있다. 얼굴이 굳어지는 소년.

23. 3층 해태 복합주택 앞 
- 실외/이른 아침

소녀의 집에 도착한 소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고 시선이 집을 향해 있다. 1층 상가와 소녀의 집인 2층 일부에서 불이 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녀를 찾는 소년. 유독 처절해 보이는 한 부부가 눈에 띈다. 부부 중 남성은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불에 가로막힌다.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눈동자가 흔들리는 소년. 회색 빛 연기 사이로 3층 난간에서 소녀가 기침을 하며 쭈그려 앉아있다. 살아있다는 생각에 소년의 표정이 이완되지만 순식간에 2층 천장 위로 불이 번진다.
(인서트) 흔들리는 소년의 눈
소년은 바로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공사장에 있는 하얀 로프를 꺼내 든다. 로프의 길이를 가늠하는 소년. 옆의 통에서 더 긴 붉은 밧줄을 발견하고 자전거 앞으로 가져간다. 밧줄을 공에 묶으려고 하지만, 공의 크기에 비해 로프가 두꺼워 계속 밧줄이 풀린다. 잠깐 멈칫한 소년의 눈에 띄는 것은 자전거 바구니 속의 야구 글러브. 야구 글러브를 들어서 잠깐 위로 슬쩍 던져보더니 얼굴이 굳어진다.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밧줄로 야구글러브를 묶는 소년. 곧 이어 자신의 손목에 밧줄을 두 번 감아 묶는다.
로프를 돌려 벽 넘어 던져보지만, 2층까지 겨우 도달한다. 2층 불꽃이 글러브에 조금 튄다. 바로 글러브를 끌어당겨 확인하는 소년. 로프에는 이상이 없지만, 글러브에 조금 데인 자국. 소년은 물 통을 가져와서 글러브와 로프에다가 뿌린다. 옥상 위를 확인하는 소년. 아직 3층까지 붙지 않은 불.
맞은편 2층 해태 대문에 올라가는 소년. 소년은 해태를 흔들어보고 밧줄을 묶는다. 다시 자신의 손목에 밧줄을 두 번 돌려 감는다. 이번엔 야구 글러브를 돌리지 않고 투구하듯 던지는 소년. 거리가 멀어서 도달하지 못한다. 불 위로 글러브가 떨어지기 전에 손목을 이용해 바로 잡아당기는 소년. 한 번 더 던져보지만, 역시나 도달하지 못한다.
맞은편 난간에서 소년을 본 소녀. 소년이 던지는 글러브를 잡아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손을 벌벌 떠는 소년.
(Effect) 소년 뒤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와 앰뷸런스 소리
소년은 멀리 골목길을 확인해 보려 하지만, 3층 위로 순식간에 붙은 불.
(인서트) 소년의 얼굴 클로즈업
(Effect) 소년의 숨 소리

떨리는 손을 반대손으로 붙잡는다.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년. 조심스럽게 투구 포즈를 잡는데, 소녀의 자세와 겹쳐 보인다. 발로 바닥을 쓸더니 오른다리를 뒤에 두고 왼다리를 앞으로 향한다 단호한 표정으로 야구 글러브를 던지는 소년. 3층 난간 벽을 한 번 맞고 튕겨 나간다. 당황하지 않는 소년. 다시 글러브를 끌어당기고 한 번 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각도를 조절하고 천천히 던진다. 글러브는 난간을 넘는다. 입을 막고 있는 소녀를 부르려는 순간 누가 소년을 밑에서 부른다.

소방관 : (소방마스크를 쓴 채) 위험하니까 밑으로 내려와주세요!

밑을 보면,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로 1층부터 불을 진화하고 있다. 고민하는 소년에게,

소방관 : (소방마스크를 쓴 채) 괜찮습니다.

소방호스는 3층을 향하고, 3층에 있던 불은 순식간에 잡힌다.
(인서트) 소방관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소녀와 함께 내려온다.

이 상황을 보는 소년. 내려오는 소녀를 받아내는 소방관들. 소녀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부모. 앰뷸런스 안에 들어간다. 소년은 안심한 표정으로 자전거 위에 올라타고 앰뷸런스가 출발하는 것을 본 뒤,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내려 간다. 구름 사이로 골목길 방향으로 비추는 따듯한 빛.
F.O.

24. 몽타주
- 벽돌집 옥상 – 실외/아침

맑은 하늘. 새가 지저귀는 소리. 정갈하게 쓴 듯 깨끗한 옥상.
- 문구점 – 실외/아침
인도에서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열린 문구점 입구.
- 동네체육시설 – 실외/아침
공사가 끝난 동네체육시설. 기구들이 깨끗하고 새것인 티가 난다.
- 인쇄소 – 실외/아침
과일 파는 트럭이 확성기 틀고 지나간다. 굳게 닫힌 인쇄소.
- 버스정류장 앞 급수대 
– 실외/아침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 위로 햇빛이 드리운다. 바로 옆에는 급수대. 급수대 바닥에는 물방울이 맺혀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물방울.

25. 중학교, 운동장 - 실외/아침
물병에 든 물을 마시며 자전거를 몰고 가는 소년. 물을 마시다 말고 멈춰 선다. 물병을 입에 문 채로 운동장을 바라보는 소년. 야구단들이 야구를 하고 있다. 무엇을 찾는 듯 계속 눈동자가 돌아가는 소년. 아이들 사이에 얼굴에 보라색 밴드 세 개가 붙여진 소녀가 웃고 있다. 소년의 얼굴이 이완되고 고개를 숙인다. 한참 아래를 보다가 그냥 지나가는 소년. 뒤에서 누가 소년의 손을 잡는다. 앞을 바라보면 서있는 소녀. 소년의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이끈다. 그라운드의 중앙으로 오자 공을 던져주는 한 아이. 한 명은 야구단 유니폼을 걸쳐주고, 다른 한 아이는 투수 모자를 씌어주고, 머리를 툭툭 치고 간다.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소년.
이내 앞을 보며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신 뒤, 공을 앞을 향해 던진다.

<페이퍼볼>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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