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미국에서는 대입 제도의 소수인종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 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1960년대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시행된 어퍼머티브 액션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소수인종에게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이다. 아시아계 학생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 연합(SFFA)’이 어퍼머티브 액션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가 역차별당한다며 하버드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미국 사회에 공정성과 형평성의 원칙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뿐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가 인종적, 계급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대학 입학생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버드 대학도 판결 직후 성명문을 통해 다양성과 차이가 학문적 수월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가치라고 주장하며, 이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입시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할 다른 방도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논란은 계급에 따른 교육 불평등과 사교육 열풍, 획일적인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인종적 다양성이 그다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지 않지만,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명문대생의 강남 쏠림 현상은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보다는 부와 계급을 대물림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다문화가정자녀전형, 사회배려대상자전형, 기회균형전형 등 소수자를 배려한 입시 제도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시험 점수로 줄 세우는 획일적인 선발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과 평가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올해 입시부터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모집하기 사회적 배려자를 우대하는 고른기회전형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시험 점수보다는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을 선발하는 창의도전전형을 신설해 ‘카이스트의 DNA’를 가진 학생을 발굴하고자 한다. 물론 ‘카이스트 DNA’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학내는 물론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카이스트의 DNA’가 단순히 수학과 과학 실력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는 사회정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학문적 수월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 관심사를 가진 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때,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고, 혁신이 가능하며,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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