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사랑을 하고 싶어할까? 사랑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릴 때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내 평생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랑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답해보고자 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발생하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 경험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랑에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사랑과 뇌과학

우리가 사랑을 경험할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경학적인 특징이 있다. 첫번째로 옥시토신과 도파민은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자신감과 동기를 얻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옥시토신은 출산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상대에 대한 공감, 신뢰, 유대감과 같은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기도 한다. 반면, 도파민이 분비되면 성취감과 보상감을 느끼는데, 인체의 운동 회로에 작용할 뿐 아니라 사교적인 행동에도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자신감이 생겨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고, 도파민을 통해 힘든 노력이 필요함에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자 애쓰게 된다. 

다음으로는 세로토닌이 사랑에 관여한다. 관심있는 사람이 생기면, 옥시토신과 도파민은 증가하지만 세로토닌은 감소한다.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행복해지고, 농도가 낮으면 우울증이나 강박 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세로토닌의 기능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서 사랑의 강박적인 면이 세로토닌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며, 서로 다른 두 삶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강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세로토닌이 적당히 감소하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면 집착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시간이 흘러 더 강한 끌림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부분이 미상핵 머리로 바뀌는데, 무의식적이었던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의식이 더 관여하게 된다.
 

애착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

애착이란,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바탕이 되는 깊고 강한 심리적 상태이자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도 유지되는 강렬한 정서적 유대감이다. 애착 관계는 그 관계에 해당하는 사람을 넘어 연인 관계,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까지 확장된다.

아기가 양육자와 형성하는 생애 최초의 애착은 이후 모든 관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너무 일찍 태어나 태어난 후에도 뇌가 충분히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중 빠르게 성장하는 뇌의 핵심적 영역 중 하나가 사회적 지능을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이다. 연구 결과 전전두피질의 발달에는 양육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의 뇌에서 변연계, 공감 영역,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정신화 영역의 신경 연결 밀도를 확인했다. 부모의 행동과 신경 구조를 통해 아이가 유치원에서 사회적 환경을 얼마나 잘 탐색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과 신체 접촉이나 아이를 향한 말과 눈길이 아이가 기쁨과 같은 단순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의 토대가 됨을 알아냈다. 또한, 행동학적인 연관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지능력과 사회적 행동도 부모의 뇌 구조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나아가, 아이의 체내 옥시토신 농도도 연관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부모의 뇌 구조와 애착 관계의 특성이 아이가 경험하는 사랑과 정서, 행동 발달에 기반이 됨을 알 수 있다. 

애착은 건강과 행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진화는 성공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진행됐다. 그리고 사랑의 중심에는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이 있다.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이란 친밀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된 사람들이 어떤 생물학적인 요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예시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때의 행동이나, 연인의 말투나 몸짓 등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있다. 이러한 동시성은 행동을 넘어 생리학적 수준에서도 나타나는데, 연인이나 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할 때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이 같아진다. 특히, 뇌에서 동시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연인의 경우 감마파의 동시성이 나타난다. 측두-두정 영역에서 감마파가 발생하는데, 이 영역은 눈을 맞추고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시선이 마주치는 것, 즉 비언어적인 동시성이 신경학적 동시성의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덕분에, 우리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유아기부터 태어나자마자 가장 깊은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유전자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

유전자는 환경과 다른 유전자와도 상호작용한다.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 해서 어떤 특징이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유전자가 발현될 확률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랑과 유전자도 이러한 관계이지만, 옥시토신 수용체(OXTR) 유전자는 사랑에 큰 영향을 미친다.

OXTR 유전자는 다양성이 굉장히 큰데, 유전자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다른 유전자에 비해 OXTR 유전자의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단일염기다형성(SNP)은 DNA 염기서열에서 하나의 염기서열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인데, OXTR은 SNP가 28가지로 굉장히 많은 편이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가 최소 28곳에서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뇌의 수용체 유전자는 사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첫번째로, 뇌 특정 영역의 수용체의 개수, 즉 밀도가 달라진다. 수용체가 많을수록 신호를 잘 감지해 해당하는 신경화학적인 영향이 더 강해진다. 또한, 수용체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변연계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더 많으면 상대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용체와 그 수용체가 결합하는 신경전달물질과의 친화력도 달라질 수 있는데, 수용체와 신경전달물질의 결합 강도는 다양하고 강도가 강할수록 메시지는 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신경전달물질의 기본 농도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데, 이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같은 사랑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의 기본 농도가 낮은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나아가,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이 체내에서 전달되는 효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옥시토신이 원활히 전달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적어 자신감이 커지는 효과가 느려질 수 있다.
 

인생의 필수 요소, 사랑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동기를 일으키는 요소이며 욕구라는 주장이 있다.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했다. 이때, 도파민은 사랑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의욕을 불어넣기도 한다. 도파민이 없으면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무엇에도 몰입하지 못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도파민의 작용으로 활성화되어 의욕을 일으키는 뇌 회로를 밝혔는데, 이때 활성화되는 신경회로가 사랑을 할 때와 대체로 비슷하다. 특히 중격의지핵은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높은데, 전전두피질에서 나온 목표, 해마에서 나온 환경의 특징에 대한 정보와 편도체에서 나오는 특정 상황의 정서적 중요도에 관한 정보를 통합해 운동을 촉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 사실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욕구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사랑이 행복,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을 아우르지만, 사랑이 감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본다. 사랑이 항상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애착이 형성된 커플에게 지금 사랑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그들이 현재 행복하든 싸웠든 현재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감정은 행동과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나는데, 사랑도 행동, 생리학적 과정과 뇌의 의식 영역이 동원된다. 

동기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몸과 뇌가 기능을 원활하게 발휘하게 하는 기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허기나 갈증을 느끼면 음식이나 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충족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없으면 갈망하게 되고, 사랑을 찾아 나서는 동기가 된다. 자라는 아동기에 물, 음식 등이 부족하면 발달에 영향을 미치듯, 사랑이 부족하면 평생의 사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분노, 행복, 공포 등의 감정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인가? “나보다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함께 살아가며 삶의 짐을 함께 짊어지는 것”등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완벽한 대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랑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포괄적인 감정이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참고문헌
<사랑은 과학이다>, 로건 유리, 다른(2021)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애나 마친, 어크로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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