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 「자기생성과 인지」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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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교재의 첫 장을 열면 생물의 특성에 관한 내용이 가장 먼저 나온다.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환경에 대해 적응한다 등의 특징 말이다. 그러나 이 특징들을 갖는 물질을 생명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특징만이 불변하는 생명체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살아있는 체계의 특성을 열거하고자 얼마나 긴 특성들의 목록이 필요하고, 그 목록은 언제 완성될까? 

이러한 고민을 하고, 살아있는 체계를 정의하고자 노력한 학자가 있다. <자기생성과 인지>의 저자이자 신경생물학자 움베르또 마투라나는 대학교수로 지내며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지각 현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자기생성: 살아 있음의 조직’과 ‘인지생물학’이라는 논문에 실었다. 이 책은 움베르또 작가가 발표한 위 두 논문을 엮은 책이다. 이 때문인지 내용들이 모두 목차로 구조화되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논리적인 흐름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인지라는 것은 곧 듣는 사람이 준비되었을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기존의 ‘관찰자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실재가 존재하고 이를 인식한다’는 암묵적 가정을 깼다. 대신 외부에서 받은 시각적인 자극을 시신경 내부 폐쇄된 뉴런 체계 속에서 독자적으로 구성해 내는, 즉 생명체의 독립적인 인지 체계 내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이 생물학적 인지를 위하여 인지의 관찰자인 생명체에 대한 정의의 필요를 느끼는데, 여기서 나타난 개념이 ‘자기생성’이다.  자기생성(autopoiesis)란 말 그대로 자기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자신만의 고유 역동성으로 체계의 존속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생명체를 기능이나 목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자체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저자가 그간 신경망에서, 생명체로부터 깨달은 사실을 자세히 설명해 두며 독자를 설득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책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다소 어렵고 불친절하여 인식론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한 번에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책의 초입에 적혀 있는 저자의 서문에서 그가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를 상세히 적어 두어 장벽을 낮춘다.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사람뿐 아니라 한 체계에 관해 온전한 논리적인 정의를 내리는 과정을 따라가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인지과정이란 이 영역에서 실제 (반응을 유발하는) 작용이 미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체계들은 인지체계들이며,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살아있음은 인지과정이다.” (p.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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