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 「너와 나」

10월 25일 개봉 ~ 현재 상영 중필름영 제공
10월 25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필름영 제공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 세미는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그리고 하은에게 오래간 느껴온 감정을 전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둘 사이엔 오해가 생긴다. 세미는 하은이 본인보다 가깝게 지내는 듯한 다애(오우리 분)에게 질투를 느끼고, 자전거 사고와 의문의 남자의 등장이 잇달아 나타나며 갈등은 더 심해진다. 그럼에도 세미는 하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수학여행 전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던 여고생들의 생기발랄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은과 세미의 간질간질한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 너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조현철 감독은 지난 10월 15일 CEO 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거 개인적인 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죽음에 대한 관점이 변했으며,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허무해보이는 죽음에서 의미를 찾고 섬세하게 표현하려는 그의 예의 있는 노력은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그대로 와 닿는다.

영화는 촬영할 때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노출을 높여 화면이 뿌옇다. 이는 누군가의 꿈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세미와 하은이 마주 보고 인사하는 긴 장면은 현실과 무척 동떨어져 보인다. 마침내 이야기의 끝에서 하은이 미소를 지으며 꿈에서 깨는 순간은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며, 이곳이 세미와 다른 아이들이 없는 현실임을 알린다. 꿈이라는 다소 희망차게 느껴지는 순간들과 차갑고 서글픈 현실은 이상하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눈물이 나게 한다. 그 눈물은 슬픔보다는 따뜻함이다. 둘의 이야기는 허무한 죽음과 그 뒤에 남은 사람들 그리고 모두에게 희망차고 밝은 인사를 전한다.

조 감독의 연출은 극을 더 빛나게 했다. 그는 2016년부터 6년간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작은 순간까지 섬세하게 다루었다.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더 생동감 있게 그리기 위해 3개월간 영화과 입시 특강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들을 직접 밀착 취재했다. 그의 노력은 고스란히 배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기 있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또, 영화는 탁자에서 떨어지기 직전인 물컵, 곳곳에 비치된 거울, 철장 속에 갇힌 강아지 등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넌지시 극의 주제를 던지고 있다. 장례식장을 비롯한 다양한 로케이션은 극을 새롭게, 또 다채롭게 만들었다.

작품, 배우, 현장을 향한 조 감독의 사랑이 느껴지는 이 영화는 작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되며 여러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떠올려 보게 하며 그들에게 슬프지만은 않은 인사를 건낸다. <너와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꼭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보아도 좋을 영화이다. 

“꿈에서 내가 네가 되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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