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학과 배석형 교수팀]저주파 영역보다 고주파 영역에 집중해 마이크로폰 배치 간격을 줄이고 사용자를 고려한 손잡이로 휴대성 높여

 우리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배석형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휴대용 음향카메라는 지난달 4일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제품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자동차 제작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음향카메라

음향카메라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주는 카메라다. 마치 열 감지 카메라처럼 소음의 분포를 색으로 나타낸다. 소리가 크게 나는 부분은 붉은색, 작게 나는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음향카메라는 특히 자동차 제작 공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사람의 청각으로는 정확히 찾아내기 어려운 소음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음향카메라는 휴대성이 떨어져

음향카메라는 마이크로폰을 통해 음파를 인식한다. 주파수가 높은 음역을 인식하려면 마이크로폰 사이의 간격이 좁아야 하고, 주파수가 낮은 음역까지 인식하려면 마이크로폰 사이의 간격이 넓어야 한다. 기존의 음향카메라는 저주파를 잡아내기 위해 마이크로폰 사이의 간격이 매우 넓었다. 조립식이었던 기존 음향카메라는 바람개비 모양으로 팔이 달려있고, 이 팔을 따라 마이크로폰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어있다. 따라서 기기가 컸으며, 삼각대를 이용해 한 곳에 고정해놓고 촬영해야만 했다. 크기가 지름은 85cm였고 무게는 6kg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자동차 제작과정에서는 음향카메라의 휴대성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었다. 제작자들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상태에서도 음향카메라로 주변을 찍기를 원했다. 배 교수팀은 이러한 제작자들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주파 영역보다 고주파 영역에 주목해

배 교수팀은 음향카메라의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고주파 음역에 집중했다. 배 교수팀은 실제로 음향카메라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작자들이 주로 찾고자 하는 음역은 저주파 음역이 아니라 고주파 음역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사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소리는 끽끽거리는 것과 같이 높은 음역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 교수팀은 고주파 영역을 잘 인식하기 위해 마이크로폰 배치 간격을 줄였다. 마이크로폰 배치 간격이 줄어듦에 따라 배 교수팀의 음향카메라 SeeSV-S205는 기존 음향카메라보다 크기가 현저하게 줄었다. SeeSV-S205는 너비 39cm, 높이 38cm, 무게 1.78kg으로 크기는 기존 대비 60%, 무게는 70% 감소했다. 그럼에도 기존 음향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자동차 제작 공정에서 문제가 되는 소음을 찾아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기존 음향카메라보다 높은 영역의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었다. 

 
▲ 배 교수팀의 음향카메라 SeeSV-S205/ 배석형 교수 제공
 

사용자를 배려한 인체공학적인 설계

배 교수팀은 사용자를 배려한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했다. 사용자가 음향카메라를 잡지 않은 손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음향 카메라 가운데에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설계했다.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기를 원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해 음향카메라 측면에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도 설계했다. 양쪽에 달린 이 손잡이들은 사용하던 중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받침대의 역할도 한다. 

사용자가 음향카메라를 받침대로 세워놓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마이크로폰이 손상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고려했다. 마이크로폰은 주파수를 측정하기 위해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카메라의 측정 판이 평평하면 마이크로폰이 손상될 확률이 높아진다. 배 교수팀은 측정 판을 물결 모양으로 설계했다. 물결무늬는 음파가 퍼져 나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물결무늬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마이크로폰을 배치하면 손상될 위험이 줄어든다.

 

이번 연구는 (주)에스엠인스트루먼트, (주)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배 교수팀의 SeeSV-S205는 자동차 제작 업체는 물론, 자동차 정비를 개인이 직접 하는 외국에서는 일반인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배 교수는 “‘어떤 도구를 만들면 사용자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지’, 아니면 ‘현재 생각은 못했지만, 이후에 잘 쓸 수 있을 것인지’하는 부분을 미리 생각해서 만들어야 사용자들이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다”라고 사용자 중심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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