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궁동까지 갑천 방향의 보도를 따라 걷다 보면, 간판이 여러 개 놓여있는 유리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로, 주식회사 재작소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再(re) + 作(make) + 所(space)라는 이름에서 설명하고 있듯, 재작소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사회혁신 활동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 새로고침, 제로웨이스트샵 은영상점, 생태책방 버들서점, 그리고 프레셔스 플라스틱 대전 등 다양한 팀이 숍 인 숍 형태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재작소의 조미림 대표를 만나보았다. 
 

일러스트 | 박정민 기자
일러스트 | 박정민 기자


재작소는 어떻게 출발했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가 시작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실험도 하게 됐어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을 만드는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까, 만들기로 의미 있는 일을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접목하고 나니, 계속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함께 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활동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메이커스페이스만 열었는데, 공간을 여러 군데로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저희와 결이 맞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방향성이 같은데 홀로 수익을 내고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분들도, 함께하면 부담을 덜 수 있으니 합류하게 되며 숍 인 숍 형태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공간이 여섯 번째 공간인데요. 장소와 형태를 바꿔가며 8~9년 정도에 걸쳐 지금의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재작소의 많은 활동이 프로젝트성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시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자원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워크숍입니다. 동네를 돌아보며 자연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우리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런 기획에서 북토크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나선지대 가까이에 있는 상점이나 주민분이 강사가 되는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입니다.  세 번째로는 메이커스페이스의 특성을 살려서, 직접 실험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함께 만들어 보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수업이 있습니다. 기계를 배우거나 기술을 공유하는 수업이 운영됩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정리된 세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요.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환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하고, 무언가 제작하고, 협업 활동을 할 때도 환경이 필요하고, 또 환경을 위할 수 있잖아요. 환경이 저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중 하나이지, 저희가 환경단체는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은 환경에 관해 다양한 사람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 부분이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환경 덕분에 저희를 알게 되는 것도 사실 너무 반가운 일이죠.
 

프레셔스 플라스틱* 관련해서도 질문드리고 싶어요. 업사이클링(관련 기사 523호, <버려진 것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다>)하기 위해서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시는데, 어떻게 수거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잖아요. 저희는 대전 지역 상황에 맞춰서 주민, 그리고 대전의 기관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먼저 플라스틱 수거함을 제작한 후, 협업하고 싶은 분들께 연락해서 수거함을 설치해 드리고 함께해 주시기를 요청했어요. 지금은 그런 형태보다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기관, 주민분들 중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이 무언가 모아도 배출할 곳이 없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이스팩을 열심히 모았는데 가져다드릴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성심당에서도 수거함을 봤습니다. 그것도 재작소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맞아요. 저희가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성심당 이사님께서 놀러 오신 적이 있어요. 성심당에서도 ‘에코성심’과 같은 환경 활동을 하니까 함께하면 좋겠다며 남아있던 수거함 하나를 들고 가셨어요. 그때부터 모아주고 계십니다.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서 쓰레기 문제가 생긴다고도 합니다. 업사이클링도 결국 새로운 생산이나 소비를 촉진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도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단순히 재미로 만드는 것도 있었고, 특히 옛날에는 필요하지 않은데 만드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산자로서 책임을 느끼게 되면서 최소한의 물건을 적재적소에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재활용 제품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산은 오염으로 이어지는 게 맞기도 해요. 그래서 물건을 고쳐 쓰는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지나치게 생산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게 저희 목표이기도 합니다. 가령 저희는 굿즈 제작을 의뢰하시는 분들과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하고 잘 쓰일 수 있을지 함께 기획하고 나서야 만들어 드립니다. 그러면 종종 어이 없어 하시기도 해요. 저희 기준에서 꼭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경우에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하면서, 저희 철학에 맞게 만드는 걸 조금씩 조절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됩니다. 예를 들어 업사이클링이 유행하던 초기에 많은 분이 만드셨던 현수막 에코백과 관련해서도, 어차피 업사이클링 되니까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도 플라스틱을 수거하거나 다른 업사이클링을 할 때 이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수리 워크숍에 오시는 분들에는 어떤 분들이 있나요? 수리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이 오세요. 어떤 연령이 많다고 구분 짓기는 어렵고, 마음가짐이 예쁜 분들이 사실 많이 오세요. 환경을 위해서 물건을 오래 쓰려고 하시는 분들도 오시고, 애착이 있는 물건을 정비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기억 남는 건 너무 많아요. 보통 수리라고 하면 엄청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은데, 생각보다 간단히 고쳐지는 것도 있습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건전지만 바꿨는데 갑자기 작동되는 경우입니다. 또 전기 제품은 기술적으로 정해진 수리를 해야 하지만, 의류, 패브릭 가방 등 패션 제품은 손재주에 의해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처음에는 얼기설기 수선하시던 분이 계속 수선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느는 게 보일 때 너무 좋고 재밌죠. 지금은 너무 예쁘게 수선하셔서 오히려 옷에 구멍 나는 걸 기다리는 분들도 계세요. 
 

대표님도 수리를 잘하시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저희는 전문가라기보다 함께 연구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가끔 갈증이 느껴지면 전문가분들 모셔서 강의를 들을 때도 있지만, 못 고칠지언정 한번 연구해 보고, 고칠 줄 아는 게 있다면 서로 도와주는 게 목적이에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곳이 여섯 번째 공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은 지금도 안정된 공간은 아니어서 실험을 이어 나가면서 이 커뮤니티를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지에 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표거든요. 

지금 숍 인 숍으로 상점과 서점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결이 맞는 다양한 분들과 모여 조금씩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 자체가 목표입니다. 많은 분이 함께 협력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홍보할 방법이 인스타그램(@ jaejagso) 정도밖에 없다는 게 아쉬워요. 저희 워크숍을 통해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은 만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재작소의 여러 워크숍에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의 외관이다. 여러 개의 간판을 볼 수 있다.                                           재작소 제공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의 외관이다. 여러 개의 간판을 볼 수 있다.                                           재작소 제공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의 내부 모습이다. 은영상점의 진열대가 보인다.                                   재작소 제공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의 내부 모습이다. 은영상점의 진열대가 보인다.                                   재작소 제공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오픈 소스로 공개된 도면을 활용하여 플라스틱 가공 기계를 제작해 누구나 쉽게 폐플라스틱의 업사이클링에 참여하도록 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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