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6일 학술문화관(E19) 5층 존해너홀에서 제4회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올해 행사는 지금껏 진행된 타운홀미팅과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 시작 전 살펴본 존헤너홀에는 14개의 원탁이 마련되어 있었고, 탁자마다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장 뒤편에서는 요리사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탁자에 가지런히 올려두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입구에서 학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사전 신청한 인원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학부 총학생회·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참석 인원을 대상으로 부서별 1, 2, 3지망과 사전 질문을 미리 조사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원탁별로 부서별 보직교수, 실무자, 해당 부서에 의견을 개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각 8명씩 배정되어 함께 자리했다. 

모든 인원이 정시에 입장한 후 총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이번 타운홀미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30분간 진행된 1부는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시간으로, KAIST에 관련된 문제로 구성된 골든벨이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1부 행사를 시작하기 전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광형 총장은 “오늘 이 자리를 참 고대했고,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참석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부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각 탁자당 마련된 스케치북과 유성매직을 이용해 정답을 쓰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학번 끝자리가 제일 높은 사람이 펜을 들고 답을 쓰라는 진행의 세심함이 돋보였다. 준비된 다섯 개의 질문 중 ‘우리 학교에 있는 학부 학과는 총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는 당초 답이 19개였지만, 정답이 공개된 후 새내기과정학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답을 20개로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르자, 강동재 학부 총학생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19개와 20개 모두 맞는 것으로 하겠다’라 말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이어 단체 사진을 찍은 후 10분가량의 쉬는 시간을 갖고 본 행사인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는 교직원과 학생이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자의 경우에는 김용현 입학처장, 조성운 대학원입시팀장이 앉은 원탁에서 함께 식사를 진행했다. 기자가 앉은 자리에는 학부생 총 다섯 명이 자리해 보직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앉은 한 학생은 최근 우리 학교가 추진하는 영재학교 학생의 2학년 조기 진학 제도에 대해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과학고와 영재고의 서열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옆에 앉은 학생도 ‘제도 도입으로 인해 과학고와 비슷하게 교육과정의 파행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 입학처장은 “해당 정책의 경우 모든 고등학생이 2학년 때 우리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권리를, 과학기술원의 설립 취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과학고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기졸업 제도의 적용 범위를 줄이고 2학년 때는 과학기술원에만 진학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학생 선발 철학에 대해서 김 처장은 “성적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줄을 세워서 뽑는 식으로는 KAIST가 원하는 인재상의 학생들을 뽑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곡선이 완만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물리학의 페르미-디랙 분포를 예시로 들며, 어느 정도 성적 범위에 있는 학생들을 평가할 때는 도전 정신, 창의성 등을 함께 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원탁별로 식사와 논의가 끝난 후에는 각 원탁의 대표 보직자가 토의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이 총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예산 삭감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라며 “다른 나라 같으면 특수 분야에 예산을 줄일 때 국민들이 가만히 있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들고일어났다”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예산 삭감은 올해로 그치고, 내년부터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동만 교학부총장은 “P/NR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새내기 학생들은 좋은 제도라고 많이들 평가했지만,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계속해 “일부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커트라인인 D에 맞추어 출결과 성적을 관리하는 등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면서도 여러 가지 보완책을 만들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이 부총장은 시험을 두 개 만들어서 하나는 과목 통과에 필요한 수준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성적 분별에 필요한 난이도로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전과 차별화된 형식, 대체로 긍정적이나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올해 타운홀미팅은 형식과 규모 면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재작년 열린 제2회 타운홀미팅과 (관련기사 본지 511호 <반 년만에 다시 열린 타운홀 미팅, 소통 약속 지켜졌다>) 제3회 타운홀미팅에서는 (관련기사 518호 <타운홀미팅 어느새 3회차, 과거 답변 문의부터 새 제안까지 여러 의견 오가>) 보직교수 등이 연단에 올라 패널 토의,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타운홀미팅에서는 참석자들을 14개의 모둠으로 묶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한 대화가 가능하게끔 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예전처럼 다수의 학생에게 질문을 받기보다는 참석자와 의견을 주고받는 역할로 참여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타운홀미팅에 참여한 교수 구성원 및 부처 담당자도 이전에 비해 큰 규모로 늘었다. 이광형 총장, 이동만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김 입학처장, 이수진 학생정책처장, 조병관 연구처장 등 다양한 부서의 보직자들이 함께했다. 여기에 더해 이주영 ISSS 팀장, 강선홍 글로벌리더십 부센터장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담당자도 다수 참석하여 다양한 사안에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 변화가 가져온 문제점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각 원탁에 배정됨에 따라 특정 부처의 업무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원탁에 속해있지 않은 보직자에게는 질문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한편 보직자들이 연단에 다 같이 올라 답변을 이어갔던 제2회, 제3회 행사에서는 역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려웠지만 다양한 보직자에게 동시에 질문할 수 있었다. 

외국인 학생들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문제도 이번 행사의 아쉬운 점이었다. 작년 5월 열린 제3회 타운홀미팅에서는 사천 신청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시통역이 제공되어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올해 행사의 경우 원탁에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한국어로 이뤄졌고, 함께 참석한 외국인 학생들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가 자리한 원탁에도 한 명의 외국인 학생이 참석하였는데, 질의응답이 한국어로 진행되어 논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잦았다.

행사 다음 날 오후 4시에 열린 ‘첫화사’에 참석한 기자는 해당 문제에 관해 총장단에 질의하였다. 이에 대해 이동만 교학부총장은 자신이 앉은 원탁에는 모두 내국인이 배석해서 해당 문제에 대해 몰랐다면서도 “URP 시상식 때에도 외국인 학생이 한 명 있어서 행사 전체를 영어로 진행했다. 통역을 붙이든지 행사를 영어로 진행하든지 하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당시 양자대학원 시상식으로 자리를 비웠던 이광형 총장을 대신해 “내년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약속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첫화사에 참석한 한정현 부총학생회장도 이에 덧붙여 “내년 행사 기획 때는 고려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번 행사, 학우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행사가 끝난 후 참석한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행사에 참여한 이기현(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학우는 이번 행사의 형식에 대해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가벼운 주제뿐만 아니라 무거운 주제까지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여서 만족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장과 같은 원탁에 앉은 이 학우는 “(이 총장이) 세상을 크게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신 분이라고 느꼈다”라면서 “국가의 이득을 따를 때 자신의 이득이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도록 살아오셨다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식사 중 어떤 논의가 이어졌는지 묻자, 그는 “R&D 예산 삭감, 의대 증원, 리더십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저출생 상황과 관련해서 학교가 장기적으로 어떤 대응을 준비 중인지 질의했다고 밝힌 이 학우는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재 학교에서도 국외 여러 학교와 교류하고 있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학우는 추후 행사에 더 많은 학우가 참여하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계속해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동헌 대학원총학생회장을 만나 행사 후기를 들어보았다. 이동만 교학부총장과 함께 앉은 이 회장은 “학교 안건과 관련해 건의하기보다는, 주로 다른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 답변했다”라며 학우들에게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질문 등을 받고 대답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형식으로 처음 진행하다 보니 걱정도 있었지만,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개선점에 관해서 묻자 이 회장은 “학부생들, 그중에서도 저학년의 비중이 높았는데 다음에 진행하게 된다면 홍보 등을 통해 다양한 학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인원 구성의 다양화를 제안했다. 이어서 이전과는 바뀐 형식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그는 “형식을 바꾸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형식을 똑같이 유지하면 기존 참여자들이 다시 참여하는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음을 밝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타운홀미팅은 이제 우리 학교만의 어엿한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내년 열릴 제5회 타운홀미팅에는 더 나은 공론장을 위한 노력이 반영되길, 나아가 시간이 지나더라도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되어 우리 학교만의 상징적인 행사로 남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